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초기 투자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협회는 최근 초기 기업의 기준에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를 추가하는 방안을 중소기업청에 건의했는데, 중기청은 이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23일 서울 서초동 VR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벤처캐피탈(VC) 시장의 동향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업력 뿐 아니라 매출 등 실적을 고려해 초기 기업의 기준을 달리 본다면 초기 투자 비중은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VC의 벤처 투자 유형은 업력에 따라 3단계로 분류된다. 업력이 3년 이하인 기업은 초기 기업으로, 업력이 3~7년인 기업은 중기 기업으로 분류되며 업력이 7년을 초과하는 기업은 후기 기업으로 분류된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제공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VC들이 투자한 금액 중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금 비중은 29.3%였다. 같은 기간 후기 기업에 대한 투자금 비중은 49.8%에 달했다.
김 전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우 업력 뿐 아니라 매출액,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 성장 단계를 분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업력 3년 이하’ 뿐 아니라 ‘매출액 10억원 이하’라는 기준을 추가해 분류한다면 초기 투자 비중은 7월 말 기준 29.3%에서 35.8%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초기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 전무는 초기 투자의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수 ·합병(M&A) 시장이 침체돼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 후 수익을 내기 위해선 해당 기업이 상장(IPO)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창업 후 IP0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 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지난해 기준으로 창업 이후 IPO까지 소요된 평균 기간은 약 14년이었다. 2005년(9년)과 비교해 5년이 더 걸렸다.
초기 투자를 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세계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큰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해야 수익을 낼 확률도 높은데, 현재 국내에는 그런 스타트업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상조 키움인베스트먼트 사장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보고 알리바바에 투자했듯, 우리 스타트업도 국내 시장만 볼 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투자를 유치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