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男性, 외모·문화생활에 쓰는 돈 4년前 2배

조선일보
  • 박승혁 기자
    입력 2014.09.22 03:19

    자기관리에 신경쓰는 꽃중년
    피부미용·피트니스 등에 열심… 소비시장의 새 주역으로 부상
    백화점 '남성 전용관' 만들고 카드사는 특별상품으로 유혹

    중견 건축회사 상무인 박경훈(45)씨는 퇴근 후 매일 서울 신사동의 크로스핏(crossfit) 전문 체육관에 들러 땀을 흘린다. 한 달 이용료가 32만원으로 일반 헬스클럽의 여섯 배 수준이지만 근육 만들기가 아닌 체계적인 건강·체력 관리를 해준다는 점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여러 가지 운동을 결합한 신종 헬스 '크로스핏'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 유행이라는 점도 유행에 민감한 박씨가 회원권을 끊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또 매월 영화 2편, 책 1권은 꼭 보려고 노력한다. 고2 아들의 유학비가 만만치 않지만 자신에게 투자하는 돈이 아깝지 않다. 박씨는 "젊은 체력과 깨어 있는 머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 이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6075 세대가 활발한 경제·사회 활동으로 '꽃할배'로 거듭나고 있듯, '예비 신중년'이라 할 수 있는 40~50대(이하 4050) 남성들 또한 기존의 '아저씨'에서 탈피해 소비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카드 결제 건수로 본 40~50대 남성의 자기관리형 소비 증가 트렌드 그래프
    과거 4050 세대 남성이 등골 휘도록 일만 하는 가장·아버지 이미지였다면 요즘 4050 남성은 피부 미용을 받고, 뮤지컬을 보고, 최신 유행하는 옷을 사 입는 등 자기 관리와 문화생활에 투자하는 '꽃중년'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통업계나 신용카드 회사들 사이에서는 외모와 자기 계발에 열심인 중년 남성들을 '노무족(No more uncle·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 '프렌대디(자식들과 함께 문화생활 즐기는 친구 같은 아빠)' 등의 신조어로 부르며 관련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신한카드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며 일과 여가를 모두 즐길 줄 아는 중년 남성'을 로엘(LOEL)족으로 분류해, 이들에게 혜택을 집중한 카드 상품을 개발 중이다. 로엘은 '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의 약자로, 외모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중년 남성을 일컫는 신조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센터의 분석 결과 4050 로엘족의 자기 관리·계발형 소비는 일반 남성보다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연령의 일반 남성이 피트니스에 쓰는 비용이 1회 4만5000원인 반면 로엘족은 11만1000원이다. 일반 남성이 백화점에서 24만원을 쓸 때 4050 로엘족은 63만원을 결제했다.

    삼성카드 BDA(Biz Data Analy tics)실의 분석을 보면 올해 4050 남성의 자기 관리·계발형 소비는 몇 년 전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늘어났다. 4050 남성의 피부과 카드 결제는 4년 전에 비해 120% 증가했다. 영화·연극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카드를 결제한 횟수는 같은 기간 154% 늘어났다. 영화 '명량'이 올해 한국 영화 사상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4050 남성층의 높은 관람률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유통업계도 4050 남성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여름 4050 남성은 캐주얼화 매출의 30%, 백팩의 25%, 언더웨어의 15%를 차지했다. 2009년 자료와 비교하면 약 2.5~3배 수준으로 늘었다. 백화점카드 회원 기준 전체 매출에서 남성 고객 비중은 2010년 28%에서 올 상반기 36%로 뛰었다.

    영화관 점유율은 32%, 도서 구입 비중 42%로 문화 상품에서도 무시 못 할 소비자층으로 떠올랐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남성 패션 전용관 '현대 멘즈'를 열었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4050 세대가 "그전 세대에 비해 대가족 경험이 적어 자신을 위한 소비나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개인의 가치와 습관은 열 살에서 스무 살 사이 주로 형성되는데, 현재 4050 세대는 그 시절의 일부분을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던 1970~80년대에 보냈기 때문에 소비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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