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숙원 사업이었던 신사옥 건립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서울 광진구 뚝섬에 신사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지 7년 만의 일이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고 자동차테마파크와 컨벤션센터 등을 조성해 연 10만명이 방문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한전부지 인수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꿈 이뤄지나

현대차는 지난 2006년부터 신사옥 건립을 추진해왔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전 그룹 계열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서울시내 현대차그룹 30개 계열사 중 양재동 사옥에는 5개 계열사만 입주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 생산량 800만대에 육박하는 세계 5위 자동차 업체지만 공간이 부족해 외국 주요 인사 방문 시 회의실이나 임원 사무실을 이용하기도 했다”며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업무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뚝섬에 지으려 했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

현대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지하 3층, 지상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지을 계획이었다. 지난 2010년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000720)까지 인수하면서 2011년 착공 계획은 본격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번번이 서울시의 규제에 막혀 신사옥 건설은 진행되지 못했다. 특히 작년 서울시가 도심과 부도심에만 50층 이상의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뚝섬 초고층 빌딩 건설은 사실상 무산됐다. 뚝섬은 초고층 건설이 가능한 도심·부도심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고심하던 현대차는 지방 이전이 예정된 한국전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 인수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한국전력은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내려간다. 축구장 12개 정도 크기(7만9342㎡)의 한전 부지는 서울 강남에서 대형 건물을 조성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땅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감정가의 3배인 10조5500억원을 투입해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이번 인수 금액은 과거 1998년 현대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금액(1조1781억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지는 코엑스와 종합 운동장이 가깝고 대형 호텔이 많은데다 교통까지 편리해 요충지로 평가된다”며 “서울 강남에서도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고 평가했다.

◆ “제2롯데월드보다 더 높게…연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랜드마크 조성”

현대차는 삼성동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까. 우선 현대차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규모의 타워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구체적 층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2롯데타워(123층·555m)보다 높은 건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전력 본사부지 인근 모습

현대차는 타워뿐만 아니라 삼성동에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와 한류체험공간, 공연장을 포함한 문화시설, 자동차박물관과 전시장·체험관을 포함한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과 대형 유통망을 포함한 쇼핑공간 등 각종 시설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독일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폴크스바겐 등이 본사 공간을 활용 박물관, 출고센터, 전시장, 체험관 등을 조성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점을 벤치마킹해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조성할 예정이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의 독일 볼프스부르크시 아우토슈타트의 경우 독일 관광청 선정 독일 10대 관광명소로 꼽힌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해외 행사를 유치하고 국내 행사의 국제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2020년 기준 연 10만명 이상의 해외 인사를 국내로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며 “1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2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100년 앞을 내다본 콘트롤타워를 지어 올려 그룹의 미래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해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