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초, 갑자기 심장이 멈춘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한계 시간이다. 달리기를 멈춘 심장을 단 4분 안에 다시 뛰게 하기 위한 심장 제세동기를 만드는 기업 메디아나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 지하철 1~9호선 모든 역사에 설치된 제세동기 1292대가 메디아나의 제품이다.
메디아나는 16일 여의도에서 기업 설명회(IR)를 열고 이번 상장으로 세계적인 헬스케어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993년 6월 문을 연 메디아나는 심장 제세동기(AED –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와 환자감시장치(Patient Monitors)를 만드는 기업이다. 심실이 가늘게 떨리는(細動)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기도 하는데, 제세동기란 일정한 전기 자극을 가해 이런 현상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환자감시장치는 구급차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맥박 등을 파악해 환자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기계를 말한다.
메디아나는 국내에서 제세동기 조달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환자감시장치의 경우 종합병원의 67%와 상급 종합병원의 35%는 메디아나 제품을 이용한다. 코넥스시장 상장 1호 기업 메디아나가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이런 것들이다.
설립 이후 1998년까지 메디아나는 의료기기 유통을 담당했지만, 이듬해인 1999년부터는 환자감시장치를 개발했다. 이후 해외 의료기기 전문업체와 제조자 개발 생산(ODM)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납품해왔다. 세계 의료산업 분야의 10대 기업인 미국 코비디언과 가정용 의료기기 대표 기업인 일본 옴론 등과 거래한다. 해외 의료 기기 업체가 메디아나에 제품 생산을 맡기면 이 제품을 개발해 주문자에게 납품하는 형태다. 길문종 메디아나 대표는 “해외 유명 기업이 사람의 생명과 관계있는 제품을 외부 업체에 맡긴 것은 그만큼 메디아나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ODM 업체로 의료기기 시장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던 메디아나는 2007년부터 자사 브랜드 상품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세동기는 전량, 환자감시장치는 생산제품의 38%가량을 메디아나의 이름으로 내놓는다. ODM 사업과 자사 브랜드 제품 판매 비중은 약 5대5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5억7000만원, 당기순이익은 30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메디아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성능 환자감시장치 제품을 선보였다. 제세동 기능과 환자감시장치 기능을 결합한 상품이다. 무선인터넷(3G) 기능을 더해 환자의 상태를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강원도에서 이용하는 119 구급차에는 이런 고성능 병원용 심장 제세동기가 구비 돼 있다. 구급차에 탄 환자의 생체 신호가 실시간으로 인근 병원 의사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응급환자의 경우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의사가 멀리서 조언할 수도 있다.
길 대표는 “고성능 기기의 경우 15년간 40만대에 달하는 의료기기를 만든 노하우로 생산한 제품”이라며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향후 4~5년간 메디아나의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세동기 보급률이 높지 않아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모든 경찰차에 제세동기가 구비 돼 있고, 큰 건물이나 공공장소에는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제세동기 배치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도 설치된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심장마비 사고의 60%는 집안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소비자들이 구매를 늘릴 가능성도 크다.
다만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고사양 제품을 작년 하반기부터 내놓은 것도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세계적인 업체들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성능 의료장비의 경우 기술력이 뛰어나고 인지도가 높을수록 판매가 쉽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매출의 77%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올리는데 최근 7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공모 주식수는 144만주, 희망 공모가밴드는 5500~6500원이다. 총 공모 예정금액은 79억2000만원~93억6000만원이다. 오는 17일과 18일 수요 예측을 거쳐 24일과 25일에 청약을 실시한다. 상장 예정일은 10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