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각이 좀 복잡한데요. 바로 코스닥에 상장(上場)해야 할지, 아니면 코넥스(중소기업 전용 주식 시장)에 일단 갔다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게 좋을지 결정을 잘 못하겠어요."(한국맥널티 이은정 대표)

"코넥스를 거치는 게 비용 투입 대비 효과는 클 수 있습니다. 대표님 회사는 코넥스 상위 10% 정도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을 때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거든요. 코스닥에 상장 접수를 한 기업의 70%가 심사에 탈락해요. 상장이 아슬아슬한 경우에 '플러스 점수'가 막판에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키움증권 기업금융사업본부 이재원 이사)

이달 초 충남 천안에 있는 커피 원두 및 제약회사 맥널티 사무실에 이 회사 이은정 대표와 증권사·한국거래소의 상장 담당자들이 마주 앉았다. 이날 회의는 상장 일정과 방법 등에 초점을 맞춰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은정 대표는 "20여년 벤처 기업을 꾸려오면서 회사를 키우는 데만 몰두했지 상장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올해 초 거래소에서 하는 상장 설명회에 참석해 '기업이 100년 넘게 가려면 상장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우리도 한번 (상장)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올여름부터 상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같은 '공룡급' 기업의 IPO가 예정돼 있는 데다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방안의 일환으로 상장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상장 기준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금리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금이 IPO 시장에 몰리고,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면서 그동안 상장을 노렸던 기업인들 사이엔 '지금이 상장 적기'라는 인식이 높다.

◇3년 만에 찾아온 IPO 시장 호황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12개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한산했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지난 두 달 반 사이에 13개 기업이 새로 상장되며 이미 상반기 숫자를 넘어섰다. 또 이달에만 12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등 현재 38개 기업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코넥스까지 합쳐 올해 100개 회사를 상장시키겠다는 한국거래소의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또 삼성SDS의 공모 규모가 2조원, 제일모직의 공모 규모가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전체 IPO 시장 규모 면에서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상장했던 2010년 이후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파리만 날리던 증권사들도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한 증권사 IB(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요즘 'IB 본부에 가면 사무실이 텅 비어 있더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직원들이 회사를 돌며 상장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공모주 돈 쏠림 과열 조짐…"투자자 보호 강화해야"

투자자들도 뭉칫돈을 들고 새내기 기업들을 맞고 있다. 최근 상장한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 생산업체 감마누의 청약경쟁률이 1390대 1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을 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14개 기업의 평균 공모 경쟁률은 637대 1에 이른다.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공모주 투자가 단시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종목들은 공모가보다 평균 50%가량 높게 시초가가 형성됐다. 최근 상장한 쿠쿠전자의 경우 공모가 10만4000원에 상장돼 18만원에 첫 거래가 시작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틀 만에 무려 128%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에 '치고 빠지기식' 공모주 투자가 횡행하면서 상장 후 하루 이틀 주가가 반짝했다가 내리막을 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모주 시장에 벌써부터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공모 경쟁으로 공모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신규 상장주 대부분이 상장 후 비슷한 패턴으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벤처기업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장 문턱을 상당히 낮춘 탓에 자격이 부족한 기업들까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은 증시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함량 미달 기업들이 들어와서 오히려 시장 발전에 역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상장 규제 완화와 더불어 공시 강화 등 투자자 보호 강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