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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기 KB금융…은행장 사퇴·회장은 '버티기'(재종합)

  • 윤예나 기자

  • 입력 : 2014.09.04 18:33 | 수정 : 2014.09.05 08:08

    이건호 국민은행장 자진 사퇴·임영록 회장 사퇴거부
    "과거 CEO 자진 사퇴 많아 버티기 쉽지 않을 듯" 관측
    차기 은행장 내부 출신 가능성…회장·행장 겸임 체제도 거론

    서울 중구에 있는 KB금융 본점 전경/KB금융 제공
    서울 중구에 있는 KB금융 본점 전경/KB금융 제공


    KB금융이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뒤엎고 '중징계'를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스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행장은 금감원의 징계가 발표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혀 일단 버티는 쪽을 택했다. 임 회장과 금감원의 갈등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또 차기 국민은행장 선임이 지연될 경우 경영공백에 따른 영업력 위축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 회장의 징계는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 결정되며 원칙상 ‘문책경고’ 징계는 재취업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남은 임기를 완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이 행장과의 내분이 불거져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만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벌이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임원들이 자진 사퇴한 경우도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임 회장도 향후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금감원장 초강수…이건호 국민은행장 사의 표명

    최 원장은 4일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를 최종 확정하면서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모두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달 21일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린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뒤엎은 조치다. 문책경고는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가운데 세 번째로 무거운 징계다. 퇴임 뒤 3년 동안 금융사 임원선임 자격과 준법감시인 선임자격이 제한된다.

    이 행장은 금감원의 중징계가 발표된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은행은 조만간 임시이사회를 열어 은행장 직무대행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직무 대행에 대한 부분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등기이사 부행장이 직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 등기이사 부행장은 박지우 영업본부 부행장이다. 아직 임시이사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임영록 회장 사퇴 거부… “진실 규명·경영 정상화 위해 최선 다한다”

    반면 임 회장은 이날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며 “KB의 명예 회복을 위해 정확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진실 규명’이란 금감원이 임 회장의 중징계 결정 이유로 지적한 주전산기 교체 관련 압력 행사와 인사 개입 등의 오해를 풀겠다는 뜻이다. 임 회장은 이어 “경영 공백을 메꾸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 이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 상임, 비상임위원들에게 금융위와 금감원 실무진이 징계 내용을 보고하는 '합동보고회'를 먼저 진행한 뒤, 그 다음주 수요일에 열리는 금융위에서 최종 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다음달 1일쯤 금융위가 안건을 의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임 회장의 추가 진술 여부 등에 따라 일정은 유동적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 자진 사퇴한 사례가 많아 임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부당 인수 혐의로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징계가 확정되기 전 스스로 사퇴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파생상품 부당 투자로 '직무정지 상당'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다만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임기를 한 달 앞두고 국민카드 합병 관련 회계기준 위반과 관련해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지만 임기는 채웠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외환은행과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임기를 채우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 차기 은행장 내부출신 중용할 듯…회장 물러나면 행장 겸임 가능성도

    은행권에서는 차기 국민은행장은 내부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B금융 경영진을 둘러싼 내분 사태가 결국은 관치금융에 의한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없는 순수 민간회사인데도 역대 회장과 은행장 가운데 유독 외부출신 낙하산이 많아 경영에 혼란을 준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며 올라간 내부 출신들이었다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내분이 밖으로 불거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임 회장까지 물러날 경우, 아예 지주 회장과 행장을 통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을 줄이고 지주회사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회장이 그룹 핵심 자회사인 은행장을 겸임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현재 회장·은행장 겸임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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