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으로 63일 안에 사업을 일으켜보세요."
지난 5월 23일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결선에 오른 8팀에 이런 미션이 떨어졌다. 올해로 3회째인 이 창업대회는 한정된 시간과 돈으로 실제 사업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평가한다. 총 9주간 종잣돈 300만원이 각팀에 제공된다.
이달 28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 180에서는 석 달 넘게 이어진 이 대회의 최종 우승자를 가르는 자리가 마련됐다. 말끔한 셔츠 차림의 발표자들은 다소 상기된 얼굴로 무대 위에 섰다. 발표자가 8분간 사업 설명을 마치면, 벤처투자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5인이 질의와 평가를 진행했다.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만 사용하는 SNS ‘문라이트’를 개발한 오늘내일팀의 조영훈(26) 공동대표는 “제안서 한 장만 들고 의욕 넘치게 출전했는데 어느덧 사용자 2000명을 확보한 회사의 대표가 됐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SNS는 더 이상 속 얘기를 맘껏 털어놓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감성이 풍부해지는 밤 오글거리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아침이 되면 게시글이 사라지는 시간제한 SNS는 이렇게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이 팀은 대회에서 지급한 종잣돈 300만원을 토대로 개발자를 영입해 안드로이드용 서비스 출시를 마쳤다. 조 대표는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구상을 사업 현장에서 직접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선배 창업가들이 멘토로 나서 살에 와 닿는 조언을 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이사와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등 굵직한 벤처업계 선배들이 일대일 멘토로 참여했다. 이들은 결선팀 가운데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팀을 직접 선택했다. 이날 대상을 받은 사운드오브트립팀은 싸이월드 창업자인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의 밀착 지도를 받았다. 사운드오브트립팀은 한중일 등 동아시아권 해외 여행객에게 현지 가정식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애니스푼’을 개발했다.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본떠 ‘집밥 공유 서비스’를 널리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애니스푼은 이달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열었다.
최우수상은 개인별 맞춤 뉴스를 제공하는 ‘똑똑한 뉴스’를 개발한 열정팩토리팀에 돌아갔다. 공동 우수상으로는 맥주의 수입·유통·소매 통합 플랫폼 ‘오마이비어’를 개발한 엑스바엑스팀, 시간제한SNS ‘문라이트’를 개발한 오늘내일팀이 받았다. 이 외 4팀(KM브릿지·브랜드나와·디어라이프·에어링고)은 장려상을 받았다. 이형진 아산나눔재단 사무국장은 “결선 8팀은 1000억원 규모의 정주영엔젤투자기금의 투자 대상 후보에 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는 아산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도전적인 인재를 청년기업가로 키워내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됐다. 올해에는 전국에서 400여팀이 참여한 가운데 5~6월 1·2차 예선을 거쳐 최종 8개팀이 결선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