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 포인트는 배당 확대, 급여 인상 등을 통해 기업의 현금을 가계로 흘러 들어가게 함으로써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법인세율을 인하해(25%→22%), 지난 5년간 28조원이 넘는 기업 세(稅) 부담을 덜어줬지만, 기업들은 투자·고용 대신 현금 보유량만 늘렸다는 비판이 많았다. 앞으로는 이 돈을 퍼내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는 기업 자금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를 마련했다.

①기업 배당 늘리기

국내 기업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주식 시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1.1%로 G20 국가 중 꼴찌다. 배당수익률을 2%로 끌어올리면 외국인(지분율 38%)을 빼고 국내 주주에게 7조원가량이 더 풀린다는 분석이 있다. 또 배당률을 올리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해소돼 증시에 외국인 투자가 늘고, 증시 활황은 자산 효과를 통해 내수를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며 경영권을 가진 기업 대주주들이 배당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우선 당근은 배당을 많이 하는 대주주에게 각종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가칭 배당소득 증대세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배당의 일정 부분에 대해 현재 적용되는 배당소득세(15.4%) 대신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거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여기서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긴 침체의 터널로 빠져들 수 있다. 모두가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동여매자”고 말했다.

채찍은 연기금을 통한 배당 압력 행사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기업의 이사회에 배당률을 높이라는 요구를 활발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기금들이 배당 요구를 활발하게 하지 못한 데는 '10% 룰'이 장애물이 돼 왔다. 연기금이 10% 이상 보유한 기업에 배당을 요구하면 경영 참여 목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투자 내역을 공시하는 등 각종 불편함이 따랐는데, 정부는 이 규정을 없애 연기금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기로 했다.

②임금 끌어올리기

정부는 기업들이 이익을 금고에 쌓아두기보다 근로자 임금 인상 재원으로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직전 3년보다 월급을 많이 올리면 올린 월급의 10%(대기업은 5%)를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세액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인을 고용한 A기업이 2012~2014년 3년 동안 각각 3%씩 임금을 올렸다고 하자. 그러다가 2015년에 5%를 올려 총 105억원을 지급했다면, 예년 상승률과 비교해 초과 상승한 2억원에 대해 감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A기업의 실제 절세 혜택은 2000만원(2억원×10%) 정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원이나 고액 임금자가 아닌 직원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만 혜택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③투자 유도, 현금 계속 쌓아두는 기업엔 세금 부과

정부는 기업들이 이익을 투자나 배당으로 돌리지 않고 계속 쌓아둘 경우 별도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3년의 시간을 주고 수익을 배당·투자·인건비로 쓰게 한 뒤 그래도 남는 돈이 있으면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적용 방식은 이렇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8조원 정도 이익을 냈다. 이 중 배당으로 2조2000억원을 풀었다. 만약 정부가 '이익의 90%를 시장에 환류하라'고 정하면, 삼성전자는 1년간 번 돈 16조2000억원(18조원의 90%)을 2~3년 안에 배당, 투자, 임금 인상에 써야 하는 식이다. 쓰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 사례로 볼 때 세율은 10~15%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소 자본 규모를 정해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법은 과거 벌어들인 이익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적용 시점은 일러야 2015년이다. 2015년 벌어들인 이익을 쓰게 한 뒤 2~3년 뒤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금은 일러야 2018년부터 부과된다.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본 만큼이라도 투자, 배당, 임금 인상으로 환류를 시키면 (추가) 세금이 '제로(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