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이목이 22일 열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5대 경제단체장들의 조찬 회동에 쏠려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기업의 사내 유보금 과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움직임 등으로 정부와 재계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이 최경환 부총리 취임 초기 정·재계 관계 형성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친(親)기업 성향’을 주목하기도 한다.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도록 인식 공유 등에 힘쓸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최 부총리가 정·재계 관계 악화에 큰 우려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 취임 후 엿새 만에 재계 지도부 찾은 최경환 부총리

최경환(사진) 부총리는 22일 아침 서울 시내 모처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직무대행,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조찬 회동을 갖는다.

이번 조찬 회동은 정부 측에서 먼저 요청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 부총리 취임 6일 만에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임 현오석 부총리는 재계와의 첫 만남을 취임 1달여가 지나서야 가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 부총리가 재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경제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게 최 부총리의 평소 지론이다.

회동 분위기에 대해서는 “다소 서먹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사내 유보금 과세 도입 움직임에 재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겠다는 목표하에 업종별 배출권 할당량 설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는 배출권 거래제를 2020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또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서는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인 사내유보금을 잉여현금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매기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최 부총리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사내유보금 과세 도입 필요성을 재계 지도부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입장이지만, 둘 다 기업의 부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재계 단체장들이 공감대를 나타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 부총리는 회동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국면 전환을 위한 별도의 제안이 나올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계 단체 관계자도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親기업 성향 최 부총리, ‘투트랙’으로 재계 설득?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친기업 성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최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소득 창출의 근원인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밝힐 정도로 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임했을 때에도 기업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투 트랙 전략’이 가동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절충안을 도출하는 대신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서 협조를 얻어낸다는 구상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제도인 데 비해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은 ‘배당과 임금 증가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주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면 직접적인 부담이 될 소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식경제부 시절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조기도입에 반대 입장을 여러 번 표명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재계에서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 연기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배출권 할당 안은 2009년 산출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2009년 2011년, 2013년 각기 산출된 배출 전망치와 전망치의 근거 등을 재검토해서 합리적인 안을 찾자는 게 업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이 수용되면 도입 시기는 정부안을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연도별 배출권 전망치에 대해 재검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이상 소요된다”면서 “이는 사실상 내년 도입을 재검토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내년부터 도입한다는 것은 배출권거래제 도입법에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최대한 지켜야 하지만, 법 조항이 아닌 제도 운용 규정 차원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경환 부총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계획에 대해 “현행(계획)대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