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장기적으로 포괄적인 성장을 달성하려면 정부는 재정을 더 풀고, 기업의 저축(유보금 등)이 배당에 쓰이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내수 부양이 핵심인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구체적인 정책 청사진이 이번 주에 발표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대략의 방향을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올해 연례협의 내용을 상당폭 수용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IMF는 지난 4월 공개한 '2013년 연례협의 보고서(ARTICLE IV)'에서 내수 부양을 중장기 경제 정책의 최대 도전 과제로 꼽으면서 재정정책을 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국가부채 한도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중반으로 관리하고, 관리재정수지를 오는 2017년까지 균형 수준(GDP 대비 ±0.3~±0.5%)에 도달하도록 하겠다는 목표 아래 재정을 경직적으로 운용하지 말고, 내수 부양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재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예산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확장적으로 편성해서 올해~내년 계속 확장적인 기조로 가겠다"고 말했다. 또 연내 추경은 없다고 밝혔지만 하반기 (재정투입 확대를 위해) 지난해 추경 규모 이상의 재정 보강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앞서 1기 경제팀은 IMF의 재정 확대 권고에 대해 고령화, 지정학적 위험을 언급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2기 경제팀은 내수 부양을 위해 재정을 적극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내년에 올해보다 큰 규모의 재정적자를 용인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의 임기말인 2017년까지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IMF는 가계소득 증대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 성향이 30% 수준으로 일본을 제외한 선진7개국(G7)의 46%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과 함께, 기업의 저축(Savings)이 배당으로 이어지도록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주식 장기 보유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 투자에 대한 여러 가지 혜택이 늘면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이 높아지며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고 궁극적으로 내수를 부양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아이디어 역시 2기 경제팀이 기업의 쌓아두고 있는 사내 유보금이 가계로 순환되도록 과세나 인센티브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기업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이 가계나 시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며 “세수를 목적으로 하는 차원 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MF는 고용과 관련해서는 여성의 고용시장 참여 촉진과 함께 비정규직과 정규직, 자영업자 간 교육 훈련과 사회보험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서비스 업종에서 규제 완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부가가치가 높아지며 전반적인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는 첫 현장 방문지로 경기도 성남의 인력시장을 선택,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경제정책방향에도 관련 대책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업과 관련해서도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여왔다.

다만 IMF는 2기 경제팀이 대대적인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도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시각을 보였었다. IMF는 "LTV 제도는 가계 부채 악화로 인한 잠재적인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부채 상환 여력이 취약해진 저소득층이 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평균 50%인 LTV를 70%로 대폭 높여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