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12차 협상에서 서비스·투자 분야의 큰 틀이 정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부터 18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한중 FTA 12차 협상에서 서비스·투자 분야의 자유화 방식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처음 열린 한중 FTA 협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서비스 분야에서 그동안 한국은 미개방 분야를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자유화를 주장했고, 중국은 개방 분야만 열거하는 포지티브 자유화 방식을 주장했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협정 발효시에 포지티브 방식의 협정문과 양허를 채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후속 협상을 통해 네거티브 방식의 협정문과 양허로 전환하기로 했다.

투자 분야에서도 한국이 투자 자유화 요소를 반영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중국은 투자 보호 요소만 포함시키자는 입장이었다. 이번에 양국은 협정 발효시에는 투자 보호 관련 규정으로 구성된 협정문을 채택하고, 일정 기간 내에 후속 협상을 진행해 투자 자유화 요소도 협정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산업부는 중국 정부가 네거티브 방식의 서비스·투자 자유화 방식으로 정책 노선을 변경했기 때문에 후속 협상에서 우리 입장을 관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작년 11월에 열린 18기 3중 전회에서 서비스·투자 분야 개방확대 정책으로 네거티브 방식을 천명했다. 다만 관련 국내법 정비와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지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해 지금 진행 중인 FTA 협상에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개방방식을 놓고 2년 동안 싸웠는데 이번에 합의됐다”며 “FTA 협정 발효시에 서비스·투자 분야 추가 협상 시기를 협정문에 못 박아서 우리 입장을 관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상품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우 실장은 이번 협상에서 품목별 관세 철폐기간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중 양국은 FTA 협상에서 일반품목군, 민감품목군, 초민감품목군으로 개별 품목을 나누기만 했다. 일반품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10년 안에 철폐되는 품목들이다. 민감품목은 관세 철폐기간이 10년에서 20년 사이, 초민감품목은 20년이상 장기 철폐 품목들이다.

같은 품목군이라도 품목마다 관세 철폐기간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번 협상에서 품목별 관세 철폐기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우 실장은 “한중 정삼회담 이후 처음 열린 협상이었기 때문에 양국 모두 적극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며 “그전까지는 상품분야에서 합의점을 찾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양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경쟁·전자상거래 챕터 협정문에 완전히 합의하고, 통관절차, 경제협력, 정부조달 등의 분야에서도 많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중 FTA 13차 협상은 9월에 중국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