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경제팀이 소외받던 ‘두 못난이(유통·금융)’를 다시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올들어 원화가 계속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삼성전자(005930)등 주요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되면서 많은 수출주들이 하락했지만, 내수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통과 금융업종은 국내 소비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최근 새 정부 경제팀의 출범을 앞두고 그 동안 주가가 오르지 못했던 유통과 금융업종이 하반기에는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 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적극적인 내수경기 활성화 의지를 보이면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내수주 안에서도 양극화…음식료 16% 오를 때 유통은 4%, 금융은 6% 하락

올들어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음식료품과 소비재 등의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상승할 때 오히려 대표적인 내수 업조이었던 유통과 금융은 계속 약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음식료품 업종지수(코스콤 분류기준)는 지난달 초까지 16.1% 상승한 반면 유통업 지수는 3.8% 하락했고, 금융업 지수도 6.2% 떨어졌다.

유통업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롯데쇼핑(023530)은 올 초부터 5월말까지 주가가 26.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004170)롯데하이마트(071840)도 각각 17.2%, 23% 떨어졌다. 홈쇼핑 종목도 약세였다. GS홈쇼핑(-21.6%)과 현대홈쇼핑(057050)(-18%), CJ오쇼핑(-13%) 등이 모두 하락했다.

금융업종 대표주들 역시 부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6.2%, KB금융지주는 17.8% 내렸다. 한국금융지주(071050)(-5.1%)와 삼성생명(032830)(-2.9%) 등도 약세였다.

◆ 최경환, 부동산 규제완화 통한 내수활성화 의지…유통·금융 수혜전망 늘어

그러나 최근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을 통한 적극적인 내수경기 활성화 의지를 보이면서 소외받던 유통과 금융업종이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 후보자는 그 동안 집값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가계부채가 급증하지 않는 선에서 주택 구매자의 자금조달 기회를 넓혀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얼어붙은 소비경기를 살리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유망 서비스 분야의 진입과 영업 규제를 완화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 등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금융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면 대출 수요가 늘면서 침체돼 있던 은행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형마트 등에 적용돼 온 규제가 완화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유통업체들 역시 영업이익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전문가들도 잇따라 유통과 금융업종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LTV와 DTI 규제 완화로 건설경기가 살아날 경우 건설, 건자재 업종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은행 등 금융업종을 거쳐 유통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지개 켜는 주가…종목별로 희비 엇갈릴 것이라는 의견도

이 같은 기대감에 최근 유통과 금융업종 일부 종목들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한 달간 주가가 9.3% 상승했고, 현대백화점(069960)도 5.8% 올랐다. GS홈쇼핑도 9.6% 상승했다. KB금융은 9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상승했고, 한국금융지주도 7.8% 올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도 얼어붙은 내수경기가 짧은 기간 안에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점을 들어 업종 전체적으로 주가가 반등하기는 어렵고, 종목별로 흐름이 엇갈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특히 유통업종의 경우 영업시간 규제 완화의 수혜를 받는 이마트(139480)등 대형마트주와 최근 늘어나는 해외 직접구매 관련주들은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만, 백화점은 하반기에도 주가가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