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이 당신의 비밀번호다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입력 2014.06.27 03:19

    해킹·개인정보 유출 피하려는 생체인식 기술, 5년후 6조원으로 급성장
    지문인식 - 현재 보편화… 4%인 오차율이 문제
    홍채인식 - 식별 특징 270개로 지문보다 정확
    정맥인식 - 간편하면서도 오차율 0.0001% 이하
    안면인식 - 미간 거리 등으로 파악하지만 부정확

    '마트에서 장을 본 여성이 계산대 앞에서 카드 대신 손을 내민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리더기에 한쪽 손을 갖다대자 계산대 화면에는 '○○○ 고객님,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현재 유럽의 일부 마트에서는 스웨덴 벤처기업 퀵스터(Quixter)사가 구축한 '정맥(靜脈) 인식 결제 시스템'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적외선 센서 기술을 활용한 '정맥 리더기'가 손바닥에 퍼진 정맥 모양을 읽어서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사용자가 사전에 등록해놓은 은행 계좌와 연동시켜 결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와 신용카드 고객들의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등 보안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맥 인식과 같은 '생체(生體) 인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생체 인식(biometric) 기술은 개개인의 신체 고유 정보를 활용해 인증하는 방식을 말한다. 내 몸 자체가 새로운 비밀번호가 되는 것(My body is new password)이다. 전자기기에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 훨씬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조사 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12년 14억8000만달러(약 1조5100억원)였던 세계 생체 인식 시장은 2019년 61억5000만달러(약 6조28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2008년 711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생체 인식 기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91억원으로 급증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스마트융합디자인연구소)는 "생체 인식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결합한 신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체 부위별 생체인식 기술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내 몸이 비밀번호가 된다

    우리 신체는 어느 부위든 생체 인식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는 지문·홍채·안면·정맥 인식 기술이 주로 쓰인다. 사용자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하체보다는 상체에 집중한 점과 인증에 쓰이는 신체 부위 면적이 넓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지문 인식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전체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5, 애플 아이폰5S, 팬택 베가 LTE-A 등에 지문 인식 기술이 들어 있다. 스마트폰에 주인이 손가락을 갖다 대면 화면 잠금이 풀리는 방식이다.

    지문 인식은 업계에서 오랜 시간 써온 방식이기 때문에 '기술 성숙도'가 높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52%가 비밀번호 대신 지문을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답할 정도로 반응도 좋은 편이다(에릭슨 컨슈머랩 조사). 하지만 지문이 닳아 거의 없어진 사람이나 땀이 많이 나는 사람들은 지문 취득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사람마다 고유한 특징을 지닌 눈의 홍채 패턴이나 망막 모세혈관의 분포로 신원을 확인하는 홍채(虹彩) 인식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홍채 인식 기술 시장 규모는 2012년 1억6000만달러(약 1633억원)에서 2016년 5억2000만달러(약 530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생체 인식 기술에서 홍채 인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2.8%에서 2016년 1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홍채는 식별 특징이 270여개라서 40여개의 식별 특징을 가진 지문보다 식별이 훨씬 정확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카메라 발달로 정밀 인식 가능해져

    정맥 인식은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로 꼽힌다. 사용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홍채 인식과 달리 지문 인식처럼 간편하다. 지문 인식은 인식률 오차가 4% 정도 있지만 정맥 인식의 오차율은 0.0001% 이하여서 정확도가 높다. 정맥 인식은 손등·바닥, 손목의 정맥 모양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보통 적외선 센서로 정맥을 인식한다. 최근 들어 센서 가격이 낮아지면서 태블릿PC와 노트북에도 정맥 인식 기술이 탑재되고 있다.

    전체 생체 인식 기술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안면 인식은 눈썹 간 거리, 얼굴 뼈 돌출 정도 등 특징을 통해 사용자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다른 기술과 달리 기기에 바짝 접촉하지 않아도 인식이 가능해 편리하다. 하지만 현재는 안경 쓴 얼굴과 안 쓴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등 세세한 얼굴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밀한 신체 정보를 확인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최근 10년 사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렌즈 기술이 급성장해 생체 인식 기술을 적용하기가 쉬워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노키아 스마트폰에는 4000만화소의 카메라 렌즈가 들어가기도 했다"며 "손톱만 한 사이즈의 렌즈가 높은 정확도를 갖게 되면서 생체 인식 기술도 덩달아 발전했다"고 말했다.

    인식한 생체 정보를 비교·분석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술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해주는 기술, QR 코드를 읽고 저장 정보를 확인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신체 정보 유출시 범죄 악용 우려도

    생체 인식 기술이 보안 문제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신용카드 비밀번호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구하진 않지만 그보다 중요한 신체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개인의 지문·홍채·얼굴 등이 저장된 생체 정보가 유출되거나 범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 이런 우려들 때문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올 3월 정부가 시범 도입한 '생체 인증 데이터베이스'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정보 보안 전문가 도론 오페크는 "정부는 생체 정보 인식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어차피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메커니즘은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만든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에도 향후 가상 렌즈에 비치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기록으로 남기는 생체 인식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에 구글은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을 탑재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생체 인식 기술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개인 인증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생체 인식은 현관문에 달린 메인 열쇠 구멍과 보조 열쇠 구멍 중 후자에 해당한다"며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신용카드를 긁고 그다음 단계에서 한 번 더 생체 정보를 확인하는 식으로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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