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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른생각' 박서원 빅앤트 대표 "콘돔은 부끄러운게 아니예요"

  • 유윤정 기자

  • 최순웅 기자

  • 입력 : 2014.06.05 10:48 | 수정 : 2014.06.05 18:13

    두산과는 상관없어…빅앤트·컨비니언스·동화약품의 합작품

    박서원 빅앤트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콘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박서원 빅앤트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콘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편의점에서 콘돔만 산 적은 없던 것 같아요. 껌 사면서 콘돔을 슬쩍 끼워넣던가 누군가 있으면 아예 안 샀어요. 저랑 제 친구들이 그랬으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콘돔이 섹스하라고 강요하는 제품은 아니잖아요. 나를 보호하는 장치죠. 콘돔 살 때 조금이라도 주저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게 ‘바른생각’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5대 광고제를 석권해 국내 광고업계를 뒤집어 놓더니 이번에는 콘돔 사업한단다. 브랜드명도 ‘바른생각’이다. 이 사람 참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4일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빅앤트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박서원 대표(35)를 만났다.

    박 대표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재벌2세’라는 꼬리표 탓에 오해도 많이 받았다. 콘돔 브랜드를 내면서도 오해를 피할 순 없었다. ‘두산이 콘돔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은 아니냐’라는 오해다.

    박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빅앤트와 컨비니언스(진주햄의 관계사로 컨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융합 기업)·동화약품의 합작이지 두산그룹과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서원 대표와 컨비니언스 박경진 대표(진주햄 부사장)는 중학교 동창이다. 20년 우정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보수 색채가 강한 국내 재벌의 장자가 ‘콘돔’을 들고 나왔으니, 아버지 박용만 회장은 뭐라 했을까. “지금 바로 그 질문이 저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질문이예요. (아버지를) 설득할 일은 없어요. 제가 운영하는 빅앤트가 하는겁니다. 이미 다 만든 뒤 말씀드렸습니다”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은 박서원 빅앤트 대표가 꿈꿔온 구상의 첫 프로젝트다. 그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토론할 장을 만들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김지호 기자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은 박서원 빅앤트 대표가 꿈꿔온 구상의 첫 프로젝트다. 그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토론할 장을 만들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김지호 기자

    박 대표의 당당함은 박용만 회장의 믿음에서 나온다. 박 대표는 박 회장에게 콘돔 브랜드 출시 전 “저 이거 합니다”고 통보하다시피했다. 콘돔 사용을 늘려 미혼모를 줄이겠다는 취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콘돔 사업이니 오해받을 수 있지만 아버지는 제가 하는 일은 모두 믿어주신다”고 했다.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은 박 대표가 꿈꿔온 구상의 첫 프로젝트다. 그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토론할 장을 만들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박 대표는 “국내 낙태여성은 35만명이나 됩니다. 콘돔 보편화 사업으로 낙태여성을 1만명만 줄여도 뜻깊은 일아닌가요”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낙태율 1위, 콘돔 사용률 최하위다.

    국내에서 콘돔은 구매하기 부끄럽고 불편한 제품이다. 콘돔은 떳떳히 사용할 수 있는 ‘바른’ 제품이다. 브랜드명을 ‘바른생각’이라고 지은 것은 이때문이다. 박 대표는 콘돔 사업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간 사회공헌 프로젝트 10개 정도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차기 프로젝트로 장애인 복지나 환경 이슈를 구상하고 있다.

    바른 사업도 좋긴 한데 그의 연애 사업도 궁금하다. 그는 “다음주 동생 재원이 결혼합니다. 이제 슬슬 (부모님의) 압박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며 웃었다.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는 “착한 여자,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성이 좋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요리를 좋아한다. 사무실에서도 임직원을 위해 요리를 자주 만든다. 또 여행과 운동을 즐긴다.

    이달부터 출시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
    이달부터 출시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

    -콘돔 사업에 뛰어들어 화제다. 콘돔 유통이 쉽지 않을 듯하다.
    “첫 구상은 2년전이다. 구체화하는데 1년6개월가량 걸렸다. 그 뒤 중학교 친구 박경진 컨비니언스 사장을 만났다. 박 사장이 편의점 유통을 책임지기로 했다. 그 뒤 6개월만에 ‘바른생각’을 출시했다. GS25에서 팔리고 있다. GS25도 취지에 공감해 많이 도와준다. 앞으로 약국에서도 팔 생각이다. 동화약품이 약국 유통과 의료 자문 업무를 지원한다.”

    -이번 사업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광고하다보면 답답한 일이 많다. 미국에서 살다온 직원이 묻더라. 외국에선 듀렉스 등 콘돔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왜 우리 회사엔 콘돔 광고가 들어오지 않냐고. 국내에서 콘돔 광고는 암묵적으로 금기시한다. 지하철에 콘돔 광고했다가 시민 항의 탓에 5시간만에 내린 적도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콘돔’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받아야 한다. 청소년에게 기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콘돔은 섹스를 강요하는 제품이 아니다. 나를 보호하는 장치다.”

    -재벌2세라는 선입견 탓에 콘돔 사업에 대해 오해받지 않았나.
    “여러가지 오해가 있다. 빅앤트, 컨비니언스, 동화약품 등이 좋은 뜻으로 하는거다. 두산은 아무 상관없다. 두산이 콘돔사업까지 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억측이다. 빅앤트는 브랜드 마케팅만 맡고 국내 업체가 콘돔을 제작한다. 콘돔 보급으로 청소년에게 섹스를 권장한다는 오해도 있다. 그러면 브랜드명을 ‘바른생각’이라고 지었겠는가. 한국은 OECD 국가 중 낙태율이 1위고 콘돔 사용률은 최하위다. 청소년 시기에 성교육만 제대로 받고 콘돔 사는게 조금만 수월하다면 낙태 여성 35만명 중 1만명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에게 기본 정보조차 허락되지 않은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콘돔 브랜드가 ‘바른생각’이고 디자인도 매우 담담한 듯하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가 있나
    “남자가 콘돔을 쓰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적 쾌감이 줄기 때문이다. 불과 6~7년만해도 편의점에서 콘돔 하나만 사서 계산대에 올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계산원이 여성이면 더 조심스러웠다. 콘돔 브랜드의 마케팅 초점은 ‘쾌감’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많았다. 구매 순간에 조금이라도 저항장벽을 느끼지 않게하려면 어떻게 할까. 우선 콘돔스럽게 보이지 않게 담백하게 디자인했다. 콘돔 이름도 바른생각으로 지었다. 바른생각이란 브랜드명은 어찌보면 영업 측면에선 마이너스다.”

    -남성 이기심 탓에 콘돔 사용률이 낮은 것 아닌가. 콘돔 사용 여부에 여성의 권한이 별로 없지 않나.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콘돔 사용률은 11%에 불과하다. 일본은 OECD 중 최상위로 40~50% 수준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일본 여성은 핸드백에 콘돔을 항상 갖고 다닌다. 미국 여성은 집에 콘돔을 비치한다. 미국 고등학교는 양호실에서 콘돔을 무료로 준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여성이 콘돔을 사용해 자신을 지켰으면 좋겠다.”

    -콘돔사업 수익금은 어떻게 쓰이나.
    “청소년용 성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쓸거다. 요즘 영화제작자들과 만난다. 나머지는 기부하겠다. 기부 대상과 방식은 고민 중이다.”

    -해외 사업은.
    “내년부터 해외 사업도 한다. 동남아시아, 중국, 미국 등이 대상이다. 나라마다 콘셉트와 브랜드를 달리 하려 한다. 브랜드 ‘Damn good idea’의 등록을 마쳤다. 해외에서는 성병이 이슈다. 성병 예방 차원에서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프로젝트로 첫 발을 내딛을 생각이다. 현재 동남아시아 바이어들과 수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 제품에 대한 동남아의 기대는 크다. 일본 제품의 경우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국 제품이야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만든다. 한국 제품은 튼튼하고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류에 대한 기대도 있어서 콘돔 수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빅앤트를 설립한지 7~8년이 되었다. 광고로 유명해졌는데 새 사업들을 많이 추진하는 듯하다.
    “빅앤트가 광고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광고회사만은 아니다. 크리에이티브(창조) 회사다. 컨설팅도 하고 브랜딩 작업도 하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 최근 여러 곳에서 재능기부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좋은 취지이지만 단발성에 그친다. 다양한 일을 연속성있게 하고 싶다. 여전히 동화약품 광고는 맡고 있고 일부 회사의 식품 브랜드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연애해야 하지 않나.
    “그동안 부모님도 결혼에 대해 별말씀 없었는데 다음주에 동생이 결혼한다. 동생 결혼얘길 하다가 갑자기 정적이 흘렀는데 그때 분위기가 썰렁했다.(웃음)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상형은.
    “착한 여자가 이상형이다. 요리를 정말 좋아한다. 여행와 운동도 즐긴다. 이런 취미를 함게 즐길 수 있고 모든게 통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박서원 대표는
    단국대를 중퇴한 뒤 2000년 뉴욕으로 건너가 2005년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 입학했고 재학중인 2006년 12월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3년도 안돼 세계광고제를 휩쓸었다. △1979년 출생 △1998년 상문고 △1999년 단국대 경영대 중퇴 △2005년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입학 △2006년 빅앤트 디자인그룹 설립 △2009년 SVA 졸업, 빅앤트 인터내셔널 사무소 개소(서울·뉴욕·베이징) △국제광고제 30여 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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