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히트 뒤에 VC 있다]⑥ 사람만 괜찮다면 아이디어 단계때도 투자

조선비즈
  • 노자운 기자
    입력 2014.05.29 09:41

    #레드사하라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불멸의 전사’는 지난 4월 출시된 지 일주일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5위,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한 게임이 퍼블리셔(게임을 대신 판매해주는 업체)를 끼지 않고 매출 10위권 안에 진입한다는 것은 요즘처럼 치열한 게임 시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가 10위권 안이라는 뜻은, 보통 일매출이 1억원 이상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불멸의 전사는 출시된 지 두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구글플레이 8위, 애플 앱스토어 19위의 매출 순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핀콘은 지난해 3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헬로히어로’를 출시해 다음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8월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과 홍콩, 대만, 태국 등에 게임을 수출했으며, 북미 지역에도 진출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메이저 퍼블리셔라 할 수 있는 ‘추콩’을 통해 게임을 판매했으며 유료 게임 중 1위에 올라 있다. 현재 핀콘의 연매출액은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게임ㆍ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핀콘이 이미 기업공개(IPO)가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핀콘의 모바일 RPG '헬로히어로'

    두 회사의 공통점은? RPG장르라는 것, 구글ㆍ애플 앱스토어에서 꾸준히 매출 순위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 또 퍼블리셔 없이 직접 게임을 판매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 외에도 두 개발사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첫째는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투자를 심사ㆍ단행한 회사라는 점이며, 두번째는 대형 게임 개발사에서 팀 단위로 일하던 사람들이 같이 나와 창업한 회사라는 점이다. 핀콘은 위메이드에서 게임 ‘씨나인’ 개발팀이 실장부터 다같이 나와 창업한 회사다. 레드사하라는 웹젠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대표이사가 웹젠에서 퍼블리싱그룹장과 해외사업실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케이큐브벤처스의 정신아 이사는 “팀을 보고 투자한다”는 원칙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한 회사에서 많은 일을 함께 겪던 사람들이라면 향후 어떤 역경이 있어도 깨지지 않고 같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것. 4억원을 출자한 게임 개발사 ‘오올블루’ 역시 위메이드 출신 개발자들이 창업한 회사다.

    “팀이 통째로 나와 만든 회사가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팀워크가 있던 사람들이니 상대적으로 더 잘 맞죠. 팀 내에서 각 멤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해요.”

    정 이사는 투자를 단행한 회사 중 게임 등 모바일서비스를 출시하기도 전에 투자한 곳이 전체의 70%나 된다고 말했다. 핀콘의 경우, 개발팀을 만나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느냐”고 묻자 “좋은 게임을 만들러 나왔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케이큐브벤처스는 핀콘의 가능성을 믿었고, 3억5000만원을 투자해 회사 지분 일부를 샀다.

    ◆ “이베이도 한명이 창업해 큰 회사…신념 밀고나가면 언젠간 성공”

    인재 중심의 투자 원칙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결과물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수치가 나와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정 이사는 어떻게 투자를 결정ㆍ단행할 수 있을까.

    “팀 구성원들의 단결력과 의지만 강하다면,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 지금 여기(인터뷰 현장) 모여있는 우리도 대화 좀 나누다보면 얼마든지 좋은 아이디어는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사람’ 중심 투자에 대한 정 이사의 고집은 과거 경영 컨설팅사와 IT 업체에서 일할 때부터 꾸준했다.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2000년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으며, 2007년부터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에서 일본ㆍ동남아 진출 전략을 짜는 일을 담당했다.

    2010년 정 이사는 NHN(현 네이버)으로 자리를 옮겨 커머스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마케팅 일에 몸을 담았다. 케이큐브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한 것은 1월부터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만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와의 인연이 도움이 됐다.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이사 /노자운 기자
    “임 대표와 같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있을 때부터 우리나라 인재의 재분배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누군가 세상이 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베이도 단 한명이 창업해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냈잖아요. 누군가 한명이 단 한가지를 꾸준히 파고 있다면, 언젠가 색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어요.”

    정 이사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단순히 ‘요즘 이 서비스가 대세’라는 생각을 갖고 개발하는 사람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내리라는 것.

    모바일 영화 추천 어플리케이션 ‘왓챠’에 8억원을 투자했던 것도 개발사 대표의 고집을 보고 결정한 일이다. 당시 왓챠 개발사 프로그램스의 대표이사는 “왜 모든 사람이 똑 같은 영화를 추천받아야 하냐”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개별적으로 추천해주는 앱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람부터 서울대ㆍ포항공대ㆍ카이스트 박사 출신 개발자 30명이 달려들어 이 앱 하나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정 이사는 그런 신념과 끈기를 높이 샀다고 말했다.

    ◆ “시장에 대한 고민, VC가 할 일”

    그러나 사람을 보고 하는 투자는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 아닌가. 투지와 신념이 강해도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인 게 바로 벤처 투자의 세계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한 정 이사의 대답은 명료했다. “시장에 대한 고민은 내가 하면 된다”는 것.

    “개발자들에게 시장까지 고민하라고 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뾰족한 시장’, 즉 구체화된 시장을 두고 늘 고민해요.”

    정 이사가 말하는 뾰족한 시장이란 특정한 타깃을 뜻한다. 가령, 프로그램스의 영화 추천 앱은 천편일률적인 영화 추천에 싫증을 느낀 일부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다.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를 단행한 모바일 앱 ‘키즈노트’의 경우,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고 그들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보길 원하는 일부 학부모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다.

    뾰족한 시장에 대해 고민할 때, 정 이사는 늘 스스로 이용자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고 말했다.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이용자라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상상해보고,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평가할 때는 이 상황에서 자신의 자녀가 어떻게 반응했었는지 떠올려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고민해본다.

    정 이사는 요즘 맛집 추천 서비스를 관심갖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맛집 추천 서비스는 플랫폼이 나에게 똑 같은 랭킹을 제공해주는 거잖아요. ‘어디에 가면 뭘 먹으라’는 식의 추천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맛집을 찾아 헤매던 때를 떠올려보며 어떤 추천 서비스가 필요했는지 상상해봤어요.”

    뾰족한 시장 맞춤형 맛집 서비스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지 문득 궁금해져 정 이사에게 묻자, 그는 “아직 비밀”이라며 천진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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