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진출을 노리는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인 에어아시아가 파격적인 특가(特價) 항공권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을 유혹(誘惑)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다음 달 17일 국내 취항을 앞둔 계열사 타이 에어아시아엑스의 6만9000원짜리 인천~방콕 편도 항공권을 12일 내놨다. 이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 특가 상품(약 15만59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 에어아시아 홈페이지는 12일 온종일 몰려드는 네티즌들로 말미암아 '접속 불가' 상태였고, '에어아시아'는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實時間)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에어아시아, 한국 법인 설립 추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허브로 두고 있는 에어아시아는 세계 88개 도시에 150개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 1위 LCC로 승객들에겐 값싼 티켓으로 인기가 높지만, 항공업계에선 '가격 파괴자'로 불린다.
"고객의 충성심은 저렴한 항공료에서 나온다"는 토니 페르난데스(50) 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에어아시아는 초저가 요금을 앞세워 각국 시장을 뒤흔들어 왔다. 그런 페르난데스 회장은 작년 7월 "에어아시아 코리아를 만드는 것은 나의 꿈"이라며 한국 시장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말레이시아~한국 노선 취항 차원을 넘어 한국을 거점으로 동북아 지역을 운항하는 새 항공사를 세우겠다는 게 구체적인 진출 명분이다.
에어아시아의 한국 상륙 노력은 올 1월 자본금 600억원 규모의 '에어아시아 코리아' 법인을 통해 '세종 에어라인즈'라는 항공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면서 본격화됐다. 충북 청주공항을 근거지로 5년간 A320 항공기 20대를 투입하고, 항공 관련 시설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도 내걸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작년 11월 국토교통부 청사를 직접 찾아가 사업 계획을 설명할 만큼 한국 시장 진출에 정성과 열의를 쏟고 있다.
◇에어아시아의 위협적인 경쟁력
에어아시아의 진출 움직임에 대해 국내 LCC 업계는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에어아시아의 비즈니스 모델이 파격적인 데다,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을 높여 한국 LCC들이 자칫 초토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페르난데스 회장부터 그렇다. 그는 2001년 4000만링깃(약 127억원)의 빚더미에 허덕이던 말레이시아 국영 항공사 에어아시아를 1링깃(약 310원)에 인수해 10여년 만에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기내식이 맛있고 비행기가 좋아도 항공료가 비싸면 아무도 안 탄다"는 소신 그대로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항공기도 'A320' 단일(單一) 기종을 대량주문하는 방식으로 구매 단가를 낮추고 항공기 평균 가동률을 하루 12.3시간까지 끌어올려 경영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는 국내 LCC의 항공기 평균 가동률(8.25시간)보다 4시간 정도 길다. 기내식도 유료화해 비행시간이 1시간 15분 미만인 노선에서는 간편 스낵류만 팔고 있다.
◇한국 항공사들, "에어아시아 한국법인 반대"
에어아시아의 올해 초 한국 법인 설립 시도는 국내 항공사들의 강력 반발로 잠정 보류됐다. 하지만 에어아시아는 한국 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에어아시아가 국내 법인을 세울 경우, 한국 국적사와 동일하게 항공 운수권(運輸權·특정 노선을 주 1회 왕복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배분받을 수 있다며 결사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에어아시아의 국내 법인 설립을 막기 위해 현재 49%까지 허용하는 항공사 외국인 지분(持分) 한도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의 한 고위 임원은 "미국과 일본이 자국(自國) LCC의 외국인 의결권 지분을 각각 25%, 33% 미만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의미를 한국 정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항공사들이 자국 시장 보호에만 급급할 뿐 자체 경쟁력 강화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아시아 같은 해외 LCC의 한국 진출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우리 국적 항공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