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백과-국내창업]③ "시장 파악, 비전 공유하는 인재 확보 우선" 창업 선배들의 조언

조선비즈
  • 윤성환 기자
    입력 2014.05.13 10:00

    회사를 세우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업계에서는 ‘창업 후 3년을 버티기만 해도 성공한 것’이란 말이 돈다.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조선비즈는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벤처창업자(스타트업)들을 만나 회사 설립과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시장과 괴리된 아이템은 죽은 것과 다름없으니 적극 공개·공유하며 다듬어나가라”, “비전 공유가 가능한 인재 확보에 시간을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

    남자라면 병역부터 마치라는 조언도 있었다. 기사 말미에는 초기 스타트업을 넘어 성공을 바라보는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이사의 인터뷰를 따로 실었다.

    ◆ 시장과 괴리된 아이템은 無用…적극 공개·공유하라

    청년 창업가들은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특별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돈을 지불하는 고객과 소통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쓸모없다. 실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도 가치가 없다. 아이디어는 동료 혹은 전문가, 창업한 선배에게 객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정상엽 캡스톤 파트너스 팀장은 “대학생 창업팀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자기 아이템에 빠져 끝없이 심연으로 파고드는 것”이라며 “실제 그 물건을 쓸 사람, 유통하는 사람과 소통 없이 자기만의 가설로 사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준영 테이스트샵 이사는 “아이디어는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주변 도움을 받으면 아이디어가 다르게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캠퍼스 CEO’에 선발돼 정부 지원금 5000만원을 획득한 부산 동의대학교 G.M.P팀은 “첫 사업계획서를 열심히 써서 교수님께 검토 받았을 때 ‘요즘 초등학생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는 대답이 돌아와 충격받았다”며 “수개월가량 매일 밤 새며 사업계획서를 수정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비전 공유’ 가능한 인재 확보에 시간 아끼지 말라

    스타트업은 장기간 돈 벌기 힘들고 업무강도도 매우 강하다. 비전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 열에 아홉은 회사에서 나가기 쉽다. 신재식 데일리호텔 마케팅이사는 “우리 서비스에 애정을 품고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만 뽑아서 일하고 있다”며 “업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인데도 다들 군말없이 일하고 밤 늦게 ‘아이디어가 있다’며 전화를 걸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 생활이 분리되면 인센티브 등 각종 제도가 필요한데 가치를 공유하고 일과 생활이 합일되면 퇴근이란 개념이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사운들리 대표는 “팀에 맞는 인재를 구하는데 1년반 걸렸다”며 “사람마다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다.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팀원을 만나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능력있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만나서 팀을 꾸리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쉬운데다 투자를 받기도 용이하다. 과거 SK텔레콤에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아이디어가 좋지 않아도 팀원이 좋으면 투자했다”며 “구성이 좋은 팀은 언젠간 성공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좋은 팀에는 저절로 인재가 모인다. 코자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강수혁 이스트몹 이사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 일하고 있는데 아이템이 잘될 것 같은게 아니라 팀이 잘 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회사 대표는 직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업을 시작한 이상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카센터를 연계한 자동차 고장 예방·진단 서비스 ‘카페인’의 안세준 대표는 “회사 대표가 되면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문제 해결 능력’ 먼저 길러야

    ‘취업이 먼저냐 창업이 먼저냐’는 업계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란거리다. 실전 경험을 쌓고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람과 일찍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유인철 마젤란 기술투자 상무는 “시장과 세상을 모르는 대학생은 창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도 “초기 공동창업자들은 대학생 치고는 업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털어놨다.

    반면 개발자인 오빠의 권유로 21살에 모바일 미술·박물관 가이드 서비스 ‘가이드플’ 대표이사를 맡은 오유미씨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는 중이고 경험자의 조언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며 “영업하다보면 어려서 귀엽게 봐주는 분도 있고 어리다고 무시하는 분도 있다. 반반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학급관리 시스템을 만든 이충희 브레이브팝스 대표는 “가족 부양 의무가 크지 않은 20대에 사업을 시작해서 빨리 망하고 경험을 쌓는게 본인에게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이사는 “문제를 찾고 해결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며 “문제를 푸는데 공부가 필요하면 대학원에 갈 수 있고 차세대 반도체를 만드는 게 문제면 삼성전자에 취직하는 것이 방법이다. 창업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어단어 학습 게임을 개발한 김도형 팀에이블게임 대표는 “창업 전 내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이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뭔지에 대해 고민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정말 못했는데 이를 전공인 게임 개발과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기획자만 많은 팀은 망한다…개발자, 디자이너 비율 맞춰야

    SNS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획자의 길로 나섰다. 그는 “기획자로 가득찬 팀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창업멤버 4명 중 4명이 기획자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기획자는 4명 중 2명도 많다. 나머지는 능력있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꼬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능력 좋은 개발자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개발자를 모셔오는 방법에 대해 이 대표는 “설레발, 거짓말, 약점 잡기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하지만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SK에서 퇴사할 때 개발자들에게 첫 해는 원래 받던 연봉(약 9000만원)을 보전해준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이를 지켰다”고 말했다.

    길은 많다. IT·기술 창업에만 목 맬 필요 없다.

    지난 2001년 민승규 전 농촌진흥청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벤처농업대학(이하 벤농대)엔 최근 20~30대 청년 비율이 30% 이상으로 늘어났다.

    전남 해남출신 김대슬(27)씨는 뽕잎 차 공장을 운영 중이다. 벤농대 졸업 후 전라남도의 역사, 문화, 전통음식을 아우르는 ‘전남 명품투어’ 상품을 기획 중이다. 그는 “농사는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쉴 땐 쉬는 일이라 회사 다니는 친구들보다 자기 시간이 많다”며 “농산물은 상사와 달리 잔소리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고 말했다. 전남 구례 피아골 이장인 김미선(28)씨도 “농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도 힘들다. 뭐든 성공하려면 노력과 공부가 필요한 것”이라면서 “농촌의 매력은 매일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쉴 때를 내가 정해서 쉴 수 있고 상사도 없어 수입으로 말할 수 없는 삶의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귀농하는 사람들은 재배기술부터 배워야 하는데 다들 유통만 배워와서 농사에 실패한다”며 “포장된 성공사례만 보고 오면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귀농하는 사람들이 논밭 사고 몇 억짜리 새 경운기를 사는 등 초반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데 이도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선릉에서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 1호점을 창업한 이건호 대표는 “푸짐한 샐러드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하다”며 “점차 단골이 늘어나고 있고 프랜차이즈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T·기술 창업이 아니면 지원이 없어 창업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패담은 가장 훌륭한 조언이다.

    벤처농업대학 출신 김대슬씨는 “실패담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벤농대는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모여 찜질방에서 밤을 새고 일요일에 강의를 듣는다. 김 씨는 “찜질방에서 밤을 샐 때 선배들이 ‘이건 하지 마라’라고 조언하는데 흔한 성공담보다 배우는 것이 훨씬 많았다”고 조언했다.

    셰프의 요리 레시피 재료를 담아 판매하는 ‘테이스트샵’의 김규민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행복이 가득한 집’에 자사 제품을 사은품으로 납품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김 대표는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다. 김 대표는 “첫 창업은 국내 의류브랜드를 이용한 소셜커머스였는데 무조건 세련되고 좋아 보이려고 돈을 많이 들였지만 결국 망했다”며 “초기에 돈을 너무 많이 쓴데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처럼 세련된 홈페이지를 만드니 고객들도 기대하는 바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를 구하지 않고 큰 돈을 들여 용역을 맡겼는데 원하는 대로 구현도 못하고 홈페이지 수정도 제대로 못해서 난감했다”며 “포트폴리오만 보고 용역을 맡기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능력있는 개발자를 영입하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선배 벤처창업자들은 창업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업하기 전 군대부터 다녀오라는 권유부터 스트레스 해소법까지 귀띔했다.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이사는 “사장이 2년 동안 군대에 가면 사업의 맥이 끊긴다”며 “빨리 창업하고 싶다면 고등학교 때 자퇴하고 군대를 갔다오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규민 테이스트샵 대표는 “스타트업이 난관에 봉착할 때는 조언을 얻을 상대가 필요하다”며 “공인된 멘토나 벤처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우리보다 바로 윗 단계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면 실제로 원했던 세세한 부분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훈 길하나사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썸의 정석’이라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5월7일 현재 페이지 좋아요 수는 28만3452개로 연애 관련 정보 페이지 중 3위다. 페이지 인기가 오르면서 커플 전용 어플리케이션 ‘미스앤 미스터’의 다운로드 수도 크게 늘었다.

    김 대표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전 마케팅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홍보 효과를 높이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공유를 유도해야 한다. 김 대표는 “감동적인 사연 등 많은 콘텐츠를 업로드해봤지만 ‘공감’ 콘텐츠가 반응이 제일 좋다”며 “예를들면 ‘여자친구에게 사랑받는 법’, ‘지하철 자리에서 곧 일어날 사람 찾는 법’ 등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좋다”고 말했다.

    안세준 카페인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건 힘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건 힘들고 지칠 때 이를 푸는 방법을 알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대표가 마음껏 욕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왓챠’ 개발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이사 인터뷰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윤성환 기자

    ‘왓챠’는 사용자가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이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이사는 왓챠 서비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프로그램스는 지난해부터 구글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영화검색 결과에 ‘왓챠’ 별점을 제공하고 있고 올해는 포브스코리아 ‘코리아 2030 파워리더’ IT부문 표지모델로 선정됐다.

    다음은 박 대표이사와 일문일답

    -직원수가 30명이 넘는다. 이들을 잡아두는 비결은?
    “비전 공유도 있고 스톡옵션제도도 있다. 회사가 좋아지면 주식이 오르니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생긴다. 노력한 만큼 비례해서 받을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비전 공유가 먼저 필요하다는 말인가.
    “‘비전이 대단해!’란 반응보다 ‘될 것 같은데’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는 끊임없이 성장해야만 한다. 빨리 성장해야 하는데 더뎌지면 비전을 잃을 수 있다. 우리도 정체되는 시기에 내부적으로 싸움도 많이 겪었다.”

    -원래 친하던 사람들과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벤처 창업은 결혼과 같다. 고민도 같이 해야하고 떨어지기도 힘들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고 같이 놀아본 사람과 창업하면 어떤 강점과 약점이 생길지 파악하기도 쉽다. 카페에서 멤버들이 모여 대충 팀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대감이 없고 깨지기 쉽다.”

    -창업자들은 어떤 시장을 노려야 하나
    “벤처기업은 큰 시장을 노리는 것이 많다. 시장 규모가 크면 대기업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사용자가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에 침투해서 나중에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개발했나.
    “처음에는 막연하고 모호했다. 우리끼리 토의하고 실제로 해보기도 하면서 많이 다듬어졌다. 처음 ‘개인화’, ‘자동화’, ‘추천’ 세 가지 키워드를 갖고 시작했는데 팀원들 사이에서도 모호하다는 말이 많았다. 내부적으로 많이 토의하고 세상과 부딪혀보니 정리가 되더라.”

    -팀 구성은 얼마나 중요한가.
    “초반일수록 더 중요하다. 제품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는 것이다. 아이디어 자체의 가치는 0에 가깝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투자 받아서 고용을 하든가 비전으로 개발자를 감동시켜서 데려오든가 원래부터 알던 개발자가 있든가 그걸 다 못한다는 것은 실행력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세상에 너무 많다. 같은 아이디어로 경쟁해도 결국 누가 잘 실행하느냐의 문제다.”

    -팀원들이 인턴, 취업 등 경험을 가지고 있는게 좋다고 생각하나.
    “인턴도 대기업 인턴하고 오면 겉핥기만 한다. 빡세고 고된 경험을 할 수 있는 영업 인턴이면 좋다. 패션쪽에 비전이 있다면 동대문에서도 일해보고 온라인 쇼핑몰도 해보고 하는 경험이 진짜다. 반면 어패럴의 구매부 인턴은 가치가 없다.”

    -관련 분야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긴가.
    “충분한 고민이 있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으면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앱을 만들고 싶다면 개발 공부를 죽어라 해서 허접한 앱이라도 출시해봐야 한다. 나아지고 싶으면 방학 때 더 공부하든 뭐든 해야한다. 스펙보다는 실력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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