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항공 유니폼.

외국 항공사는 해외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직장이다. 근무 분위기가 국내 항공사보다 자유롭고 신체 요건도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하늘의 꽃’이라 불리는 객실 승무원은 회사 이미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화려한 겉모습으로 선망의 직종으로 꼽힌다. 다만 지원 기회가 많지 않은 데다가 영어 면접, 학원 수강 등 준비 사항이 많아 지원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객실 승무원 취업 과정을 2주간 체험해봤다.

◆ 챙길 것 많은 외항사 취업 준비, 정보는 어디서?

승무원 취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았다. '전현차'로 불리는 전직현직차기 승무원 모임 카페(cafe.naver.com/sheiszzz)가 대표적이다. 항공사별 채용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승무원 선배들로부터 취업 비법과 근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면접 기출 문제, 기내 방송 대본부터 각국 승객들의 특징, 다리 붓기 빼는 운동법 등 외항사 지망생이 알아두면 좋은 쏠쏠한 내용도 풍성하다.

승무원 생활을 간접 경험하고 싶다면 관련 서적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카타르항공에서 객실 부사무장으로 일하는 지병림씨가 낸 ‘서른 살 승무원’, ‘플라이 하이’, ‘매혹의 카타르’ 등이 대표적이다. 지씨는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해외취업 사업 K-Move에서 항공승무원 멘토(조언자)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 유니폼.

단정한 용모를 중시하는 국내 항공사와 달리 외항사는 개성이 돋보이는 것을 선호한다. 면접 볼 때도 화려한 원색 의상을 입거나 각 회사 유니폼 색깔에 옷을 맞추는 것도 좋다. 회사마다 적절한 복장을 준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승무원 면접용 의상을 빌려주는 대여 가게도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기차역 주변에 위치한 면접 의상 대여 가게 '코소'는 전직 승무원 출신이 운영한다. 치마, 블라우스, 면접용 구두부터 시계, 귀고리, 머리 장식 등 소품도 저렴한 가격으로 빌릴 수 있다. 가게에서 착용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가을 정장 한 벌과 7cm 굽 구두, 블라우스를 빌리는 데 5만원 정도다. 구매할 경우는 16만원 상당이다.

이 밖에 '체인지레이디'(www.changelady.net), '더웨이'(the-way.co.kr) 등에서도 면접 복장을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다.

채용 대행, 오픈 데이…항공사별 채용 방법 다양

4월 중순 채용 공고가 뜬 항공사는 베트남항공, 싱가포르항공, 에어아시아였다.

베트남항공은 전문학사 졸업(예정)자부터 지원할 수 있다. 영어 점수는 토익 500점 이상, 나이 제한은 없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서류 전형은 통과했다. 면접 전형이 남았지만, 베트남항공이 협약을 맺은 서울 A 승무원 학원 수강생만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단독 특채’ 전형이다. 면접을 볼 기회를 얻을 수 없느냐고 문의하니 “학원 수강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강료는 156만원이었다.

싱가포르항공은 자사 채용 웹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면 서류 심사를 통해 면접 대상자를 가렸다. 마감 시간에 맞춰 영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커버레터)를 등록하고 개인 신상 정보를 입력했다. 하지만 접속자가 몰린 탓인지 번번이 오류가 났다. 1시간 동안 5번을 시도했다. 그 사이 마감 시간이 허탈하게 지났다.

외항사는 승무원 학원을 채용 대행사로 두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항공의 단독 특채를 진행했던 A학원은 싱가포르 항공사, 필리핀항공의 대행사이기도 했다. 학원 관계자는 “필리핀항공 합격생 30여명 가운데 2명 빼고 모두 이곳 학원 출신”이라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가 1,2차 면접을 보기 때문에 수강생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보이지 않는 혜택도 있다. 학원 관계자는 “싱가포르항공 서류 접수가 오류 났을 때도, 추후에 우리 학원 수강생들 이력서는 따로 모아 회사에 전달했다”고 했다.

학원을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공개 오디션과 비슷한 ‘오픈 데이(open day)’ 채용이다. 항공사가 인력이 필요한 국가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서류 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1~2일 만에 이뤄진다. 지원자는 지정된 면접 장소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응하면 된다.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이 자주 사용한다. 에어아시아 항공도 올해 처음으로 오픈데이를 열었다.

1300여명 몰린 오픈데이 현장 가보니

4월 19일 열린 에어아시아 오픈 데이 채용에는 1300여명이 몰렸다. 접수 장소에 들어가지 못한 지원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에어아시아 오픈데이 일주일 전. 메이크업과 면접 의상을 해결하는 것이 급했다. 화장은 손재주가 없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화여대 근처 메이크업 가게에 오전 9시 예약을 했다. ‘면접 메이크업을 예약한다’하니 ‘에어아시아 면접이냐’고 바로 물었다. 관련 문의가 많은 듯했다.

에어아시아 상징 색깔은 빨강이다. 옷장을 여니 빨간색 원피스나 치마, 블라우스는 없었다. ‘그래도 면접인데’하는 마음으로 검정 정장 치마에 하늘색 블라우스를 골랐다. 구두는 면접 의상 대여 가게에서 1만원을 주고 빌렸다. 보증금 10만원도 같이 냈다. 구두를 반납하면 다시 돌려준다 했다.

면접 당일 아침. 8시 40분쯤 이대역에 도착하니 짙은 화장을 한 젊은 여성 2명이 택시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강렬한 색깔의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딱 달라붙는 흰색 치마에 선명한 주황색 재킷, 핫핑크 원피스 차림이었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구불구불하게 말았다. 서류 접수가 시작되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미리 면접장에 가려는 모양이었다. ‘역시 빨강 계통을 입어야 했나’는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 오픈 데이 채용 날엔 유명 메이크업 가게는 북새통이다. 예약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지만, 1시간 10분을 기다렸다. 오전 9시 전에만 8명이 화장을 받고 갔다. 가게 직원은 “새벽 4시 반에 문을 열었다”고 했다. 면접용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어색했다. 생전 처음 붙인 가짜 속눈썹 때문에 한동안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옆에 앉은 여성은 본인의 모습을 거울로 비추며 “80년대 화장 같다”고 깔깔 웃었다. 가게 직원은 “외항사 면접 때는 또렷한 인상을 주려고 일부러 더 화장을 진하게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쯤. 면접 장소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센터마크 호텔에 도착했다. 접수 마감까지 1시간 반이 남았지만, 대기자 줄은 호텔 밖을 빠져나와 수백 미터나 이어졌다. 이날 1300여명이 왔다. 오후 1시가 다 될 때까지 여전히 호텔 밖이었다. ‘면접은 볼 수 있나’하는 걱정 섞인 목소리로 대기 줄이 어수선해졌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하나둘 높은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1시쯤 회사 측에서 번호표를 배부했다. 1189번이었다. 500번대 지원자가 면접을 끝내고 나오는 중이었다.

오픈데이 면접은 서두를수록 좋다는 것이 취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상보다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서류 접수 시작 전에 가서 기다리는 편이 낫다. 일부 항공사는 지원자가 많아 뒤에 온 지원자는 신청을 받지 않기도 했다. 백정숙 아바 항공서비스교육원장은 “위험 부담도 줄일 수 있고 면접관들도 일찍 온 지원자에게 관심이 높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한 지원자가 키를 측정하고 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간 시간은 오후 3시쯤. 면접에 앞서 구두를 벗고 키 측정을 했다. 벽에 표시된 기준선에 못 미치면 면접을 볼 수 없다. 스튜어드를 지원하는 한 남성이 간발의 차이로 기준을 넘지 못했다. ‘아’하는 탄성을 내며 돌아갔다.

키 검사를 끝내고 대기실로 들어섰다. 오래 기다려서인지 지원자들 얼굴엔 긴장감과 피로감이 섞여 있었다. 에어아시아 직원이 지원자들을 둘러보며 간간이 말을 건넸다. 계속 ‘옆 사람과 말을 섞어 보라’고 독려했다. ‘립스틱 색깔이 예쁘면 칭찬해 주세요’, ‘마스카라는 뭘 쓰는지 서로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매 순간이 평가다. 직접 점수를 매기는 면접관뿐 아니라 대기실에 있는 직원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승무원은 서비스 직종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점이 중요하다. 백 원장은 “한 지원자는 우연히 면접장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사람이 그날 면접관이었다”며 “면접장에선 긴장을 늦추지 말고 옆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여라”고 조언했다.

대기실에서 지원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에어아시아 유니폼 색깔인 빨강에 맞춰 원색 의상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많다.

대기실에서 30분 정도 기다리자 면접 순서가 왔다. 예상답변을 머릿속으로 되뇌어봤다. 영어로 하려니 쉽지 않았다. 번호표 순서대로 5명이 한 조가 되어 들어갔다. 질문은 지원자마다 2개씩 돌아갔다. 첫 질문은 간단한 자기소개였다. 외운 대로 대답했다. 다리를 모으고 손을 배 위에 놓는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말할 때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그대로 나와 중간중간 손이 앞으로 나가려 했다. 면접관이 움찔거리는 팔을 봤다. 두 번째로는 본인의 단점을 물었다. 5명 면접을 보는데 2분 정도가 걸렸다.

외항사 1차 면접은 대개 면접관과 간단한 대화를 하는 ‘스몰 토크’ 형식이다. 짧은 시간 동안 지원자와 몇 마디를 나눠보며 전체 이미지를 훑어본다. 지원자의 첫인상과 성격, 회사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지 살피는 것이다.

결과는 15분 뒤 나왔다. 지원해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면접관 사인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 불합격이란 뜻이다.

외항사 지망생이 자주 묻는 질문 5선

아바 승무원학원을 통해 외항사 지망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어봤다.

-영어 점수가 외항사 취업에 얼마나 중요한가.
"영어 점수를 제한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항공사마다 차이는 있다. 현지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만 되면 괜찮다. 기내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훈련만 착실하게 받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면접에서 주로 평가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사람을 다루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인성을 많이 고려한다. 형식은 그룹 토의가 많다. 다른 사람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평상시 가치관은 어떤지 살핀다. 개별 면접을 할 때는 꼬리를 무는 심층 질문이 많다. 지원자 면면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당황스러운 질문이 들어와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돌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 간접적으로 평가한다."

-키가 작은데 승무원이 될 수 있나.
"외항사는 키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키가 조금 작아도 암리치(Arm reach)를 충족하면 합격할 수 있다. 암리치는 발꿈치를 들고 한쪽 팔을 뻗어 나오는 최대 길이를 말한다. 기내에서 머리 위 선반에 손이 닿아야 하기 때문에 측정한다. 보통 206~212cm가 기준이다."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보완할까.
"외항사는 나이 제한이 적은 편이다. 기혼자도 지원할 수 있는 회사도 있다. 다른 지원자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 서비스업과 관련된 과거 경력을 소개하는 것이 좋다. 서비스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 근무가 필수인가.
"일반적으로 외항사에 취업하면 해외 근무를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근무지가 서울인 곳도 많다. 이 경우 서울과 특정 도시를 연결하는 구간만 비행한다. 중국 동방항공, 에어차이나, 브리티쉬에어웨이항공, 에어프랑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중동계 항공사 채용 정보.
아시아계 항공사 채용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