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화제입니다. 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 중인 곳만 해도 삼성증권(016360),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NH농협증권 등 적지 않습니다. 알음 알음 직원을 줄이고 있는 곳까지 포함하면 거의 모든 증권사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증권사들은 "한창 일해야 할 젊은 직원들만 신청하고 있다"고 푸념합니다. 부장, 차장급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해야만 당초 기대했던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과장, 대리급만 희망퇴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얘기입니다.
사실 어느 기업이나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50대 이상의 직원보다는 20, 30대 직원이 많이 참여하려고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50대의 경우 희망퇴직을 받아들이면 곧바로 은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젊은 직원들은 이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유독 증권업계에서는 젊은 층의 희망퇴직 참여율이 높다고 합니다. 한 증권사는 젊은 직원의 희망퇴직 신청이 너무 많이 나오자 퇴직 신청 기한을 늘리고 구조조정 대상자(부장급 이상)들을 일대일로 면담하는 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일단 증권업황이 너무 안 좋아 아예 업계를 떠나겠다는 직원이 많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40, 50대 증권맨의 경우 타 업종에 비해서도 재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 몇년간 증권 및 운용사를 떠난 직원들은 매미(펀드매니저 출신의 개인투자자), 애미(애널리스트 출신의 개인투자자)란 이름으로 불리는 전업 투자자가 됐는데, 대부분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제조사 출신은 협력사로 가기도 하는데, 사실 증권사를 나오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들은 '나가겠다'고 하는 젊은 직원을 말리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0대 직원들만 희망퇴직에 대해 많이 문의해온다"며 "대부분 일을 잘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이 가능한 대리 및 과장급들이라 말리느라 오히려 바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듣기로는 입사한지 1, 2년차밖에 되지 않은 20대 직원이 '제가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젊은 직원들은 희망퇴직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한 증권사는 노조 설립과 함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직원의 70%가 희망퇴직을 실시하자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사의 새내기 직원들과 말을 나눠보면 증권업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한 증권사의 3년차 직원은 "대학 동기들은 성과급을 얼마 받았다고 자랑하기 바쁜데, 우리는 월급을 받을 때조차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업 재무팀으로 이직한 전직 증권맨은 "회의 내내 몸을 짓누르는 어두운 분위기가 싫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신입 직원은 "매일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위기다라는 식의 얘기만 한다"며 "금융기업에 들어오려고 자격증도 많이 따고 오랜 시간 준비했는데 후회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과거의 호시절은 신화(神話)와 같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말에 성과급으로 수천만원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내기 직원들은 "그런 시절이 또 올리 있겠느냐"며 냉담한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