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폴라리스 오피스 개발팀, “전 세계 워드 시장 1등, 죽기 전에 꼭 하려 합니다”

입력 2014.04.30 09:00 | 수정 2014.04.30 10:01

왼쪽부터 인프라웨어 연구소 김현돈 이사, 김성택 서비스개발팀 부장, 김성길 OMP개발팀 부장, 윤상원 서비스사업 실장/ 사진 = 류현정 기자
토종 기업이 개발한 문서도구 ‘폴라리스오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인의 귀띔을 듣고 지난 22일 개발팀 인터뷰에 나섰다.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는 인프라웨어(대표 강관희·곽민철). 고급 유치원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서초동 작은 골목을 지나면 인프라웨어 사옥이 나온다.

마침 회사를 방문한 날은 인프라웨어가 ‘폴라리스 오피스’ 의 무료 서비스를 선언한 날이었다. 홍보팀도 여기저기 문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고, 개발팀은 앱스토어에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리뷰를 꼼꼼이 챙기느라 바빴다.

“폴라리스 오피스를 왜 무료로 배포하냐구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입소문이 퍼져서 폴라리스 오피스를 쓰는 국가수도 100개국을 돌파했어요.”

사옥 1층에서 만난 인프라웨어 연구소의 김현돈 이사, 윤상원 서비스사업 실장, 김성길 OMP개발팀 부장, 김성택 서비스개발팀 부장 등 폴라리스오피스 개발팀은 한편으로는 후련한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인프라웨어는 제조사만을 상대로 영업을 해왔다. 삼성전자·LG전자·HTC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문서 도구 프로그램의 60%가 폴라리스 오피스다. 이 오피스가 내장된 스마트폰만 전 세계 6억대 이상 깔렸다.

삼성전자 ‘훈민정음’ 개발팀에 입사해 워드 개발에 입문한지 20년차를 맞이한 김현돈 이사는 “폴라리스 오피스의 80%가 해외 사용자”라면서 “우리의 싸움은 아래한글과의 싸움이 아니라 세계 워드 시장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워드 시장은 MS가 꽉 쥐고 있고, 한국 워드 시장은 MS와 ‘아래 한글’이 양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 종사자들이 “MS가 세계 시장 점유율 99%, 한국 공공 시장을 잡은 아래한글이 세계 시장 점유율 1%라고 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오피스 시장은 시장 점유율은 십수년 동안 ‘고정 불변’이었다. 그러나 인프라웨어는 모바일 시장이 열리면서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프라웨어 개발팀과의 일문일답.

- 폴라리스 오피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웹 오피스인 구글 문서도구와 무엇이 다른가. 

윤상원 인프라웨어 서비스 사업 실장
윤상원 실장 = 구글 독스는 웹 기반 인터페이스다. 문서 실행·저장이 모두 웹에서 이뤄지고 MS 오피스와의 호환성이 낮다. PC에서 MS 오피스로 작성한 문서는 구글 독스나 구글 퀵오피스에서는 제대로 열리지 않고 이미지나 표가 깨진다. 반면 폴라리스는 편집기 자체는 각 단말기에서 구동되고 문서는 클라우드에 저장돼 문서가 깨지는 경우가 드물다. 조만간 출시할 폴라리스오피스 PC버전은 MS 워드와의 호환성이 90% 이상이다. 구글은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MS 워드에 비해 가벼워 속도가 빠르다. 모바일에서 잘 구동된다. 폴라리스 오피스 뷰어는 10메가 수준이다.

김현돈 인프라웨어 오피스 연구 이사
- 문서 도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나.

김현돈 이사 = 사실 오피스 기능의 골격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각 국가마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다. 소수 민족 언어까지 챙기려면 더 세심해져야 한다. 이것이 진입 장벽을 만든다. 기능·호환성 등 사용자의 요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 인프라웨어가 2009년 2월 문서도구 개발업체 보라테크를 인수했다.

김현돈 이사 = 보라테크는 나를 포함해 삼성전자 훈민정음 개발팀 출신들이 만든 모바일 문서 도구 개발업체였다. 보라테크는 원천 기술은 있었지만, 마케팅 판매 노하우가 없었다. 인프라웨어는 모바일 웹 브라우저를 개발해 팔면서 휴대전화 제조사 영업망이 있었다. 두 회사의 시너지는 상당했다. 인프라웨어가 기존 영업망으로 폴라리스 오피스를 팔면서 폴라리스 오피스는 모바일 오피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다.

-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모바일 오피스 무료를 선언하면서 소비자 시장에 도전한 이유는.

윤상원 실장 = 물론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영업했더니 폴라리스 오피스 인지도는 판매 실적에 비해 너무 낮았다. 무엇보다 오피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3월 MS가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무료로 배포했고 한글과컴퓨터도 안드로이드용 오피스를 내놓았다. 사용자를 직접 공략해 사업 규모를 키우기에 나섰다. 그렇다고 해서 휴대전화 제조사에 제품 공급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사의 요구에 꼭 맞게 오피스를 고쳐 납품하는 일도 지속할 예정이다.

김성택 인프라웨어 서비스개발팀 부장
 - 소비자 시장에 들어가는 데 시행착오는 없었나.

김성택 팀장 = 글로벌 서비스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포털·게임 업체를 제외하곤 없다. 포털과 게임업체들은 각 지역 서버를 이용해 현지화 전략을 펼친다. 반면 우리는 단일 서버로 글로벌 서비스를 해야 했다. 드롭박스와 에버노트 같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전략을 참고했다.

김성길 인프라웨어 OMP개발팀 부장
 김성길 팀장 =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문서를 열어보시겠습니까?’를 ‘문서를 열어’라고 표현한 적도 있었다. 고객 리뷰를 받고서야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사소한 것이라도 현지화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이다.

윤상원 실장 = 기업 시장과 소비자 시장은 엄연히 달랐다. 기업 시장에서는 불량 없는 제품을 1년에 한 번씩만 납품하면 됐다. 소비자 시장은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타깃 마케팅을 해야 했다. 우리한테는 그런 DNA가 부족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한다는 ‘린(Lean) 스타트업’ 이론도 참고했다. (린 스타트업은 한 번에 완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빠른 개발, 빠른 실험, 빠른 제품 출시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 폴라리스 오피스 사용자 수와 증가 추이는.

김성택 팀장 = 베타 서비스 기간을 포함한 6개월 만에 전 세계 100여개 이상 국가 사용자들이 쓰고 있다. 쿠바와 북한,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거의 쓰고 있다. 해외에서 MS 오피스 독점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각한 것 같다. 폴라리스 오피스 가입자의 80%가 해외 지역 사용자다. 연말까지 사용자 수 1000만 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5000만 명까지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돈 이사 = 최근 MS가 아이패드용 오피스 버전을 무료로 공개했지만, 편집 기능을 쓰려면 연 11만원 가량 내야 한다. 문제는 MS가 쉽게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이 비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워드 개발에 입문한 지 20년 됐다. 앞으로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그래서 워드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꼭 해보고 싶다. 지금이든 나중이든 내가 근무한 곳에서 1위를 했으면 좋겠다. 직원들도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한다면 그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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