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에게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약관을 지키지 않고 일반 사망보험금만 지불한 생명보험사들에게 재해 사망보험금을 소급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발생하는 자살에 대해서도 과거 가입한 생명보험의 약관이 재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으면 재해 사망보험금을 주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자료:생보협회

금융당국 관계자는 29일 “보험 약관이 실수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보면 약관을 따라야 하는 게 맞다”며 “미지급 보험금이 있다면 모두 지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0년 4월에 약관을 개정하고 그 이후에 생명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보험 가입 2년 후에 자살하면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4월 이전에는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보험금이 배(倍) 이상 많은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0년 4월 이전의 약관은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동안 재해 사망보험금 대신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8월에 ING생명을 검사한 결과 ING생명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해 사망보험금 대신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불해 약 200억원을 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ING생명 외에 삼성생명(032830)이나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이런 식으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2009년 이후 2012년까지 매년 평균 약 1600억원을 자살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그동안 재해 사망보험금을 일반 사망보험금으로 처리하면서 덜 지급한 보험금은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2010년 4월에 약관이 개정됐기 때문에 그 전에 가입한 사람이 향후에 만약 자살하더라도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자살 보험금을 많이 주면 마치 자살을 부추기는 게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자살 보험금이 많으면 자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원칙대로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살 보험금이 많아지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은 서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NG생명을 포함해 그동안 사망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문제는 ING생명 검사 도중에 발견된 것이어서 곧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현재 관련 법을 살펴보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ING생명을 제재하면 나머지 보험사들도 제재를 피하기 위해 보험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2년인 면책 기간(보험 가입 후 2년 이내에 자살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음)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면책 기간이 너무 짧으면 자살을 방조할 수 있다며 면책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