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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저커버그가 반한 오큘러스 착용해보니…게임 주인공처럼 몰입도 극대화

  • 장우정 기자

  • 윤태현 인턴기자
  • 입력 : 2014.04.22 09:30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23억달러(약 2조3823억원)에 인수하기로 해 화제가 된 기업이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 VR’ 얘기다.

    오큘러스는 2012년 8월 설립된 신생업체로 직원 수가 80여명에 불과하지만 저커버그를 단번에 사로잡는 기기를 내놨다. 작년 3월 3차원(3D) 게임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개발자용 시제품 ‘오큘러스 리프트 DK1’ 개발에 성공한 것. 이 회사는 이를 업그레이드해 ‘오큘러스 리프트 DK2’를 개발, 오는 7월 선보인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게임 넥스트 서밋 콘퍼런스 2014(Game Next Summit Conference)’에서 오큘러스 DK2를 30여분간 직접 체험해봤다. 정리하자면, 오큘러스 기기는 무언가를 착용했다는 이물감을 줄이고 사용자 몰입도를 확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만한 매력이 충분했다. 가격은 350달러(약 36만원)다.

    ◆ 360도 화면에 몰입도 극대화
     
    윤태현 인턴기자가 오큘러스 DK2를 착용하고 데모용 공포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윤태현 인턴기자가 오큘러스 DK2를 착용하고 데모용 공포 게임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나인 스톤스(Nine Stones)’라는 오큘러스 체험용 게임을 직접 해봤다. 나인 스톤스는 1인칭 시점의 RPG(역할수행게임)로 3분짜리 데모용 공포 게임이다.

    오큘러스 DK2를 착용하고 모니터를 보자 바로 눈앞은 물론 고개를 돌리는 방향대로 모니터에 나오는 화면도 바뀌었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문, 창문, 커튼, 책상 등이 보였다. 현실에서 전후좌우로 고개를 돌릴 때와 비슷하게 360도 화면이 모두 게임 화면으로 꽉 찬 것이다. 게임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넘어 마치 이 방에 실제 서 있고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실감 나는 영상을 구현해주는 것은 ‘포지셔널(positional) 트래킹’이라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움직이는 방향을 감지해내는 이 기술 덕분에 상황에 꼭 맞는 화면을 재생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게임 속에 테이블이 있고 그 위 정중앙에 꽃다발이 있다고 치자. 사용자가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마치 현실 세계처럼 꽃다발을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된다. 기존 DK1에서는 머리를 숙여도 여전히 같은 거리에서 꽃다발을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DK2와 연동하는 카메라가 사용자 머리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낸다.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바뀌는 DK2에서 게임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안주형 오큘러스 차장은 “DK1에서는 사용자 시야를 따라가는 이른바 헤드 트래킹 기능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머리 위치도 인식하는 기능을 추가했다”며 “오큘러스 기기와 세트로 파는 카메라를 통해 현실과 다름 없는 움직임 포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큘러스 DK2를 통해 바라본 게임 영상. 실제 직접 문을 여는 것 같은 선명한 화질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오큘러스 DK2를 통해 바라본 게임 영상. 실제 직접 문을 여는 것 같은 선명한 화질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해상도 강화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니터 도입도 가상 현실 속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기존 DK1은 해상도 1280x800과 LED 모니터로 가상 현실을 구현했다. LED 성능의 제약으로 어두운 화면에서는 뿌옇게 보이고 멀미감도 있었다. DK2에서는 해상도 1920x1080, 모니터는 OLED로 한층 수준을 높였다.

    이 덕분에 눈앞에 보이는 각종 사물이나 사람 손 같은 디테일이 생동감을 준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는 순간 “으악”하고 비명을 지를 만큼 현실감을 줬다. 몸이 떨릴 정도였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의 손, 불, 문고리 등 디테일도 강조돼 게임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됐다.

    일반 콘서트 영상도 체험해봤다. 일반 모니터로 볼지 파노라마 영상으로 볼지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 파노라마 영상을 택하면 게임 같이 360도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실제 콘서트 현장에서 카메라가 찍은 위치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뒤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있는지도 볼 수 있는 식이다.

    영화관 예매처럼 버튼 한번만 누르면 원하는 좌석으로 이동 가능하다.
    영화관 예매처럼 버튼 한번만 누르면 원하는 좌석으로 이동 가능하다.

    실제 영화관처럼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
    실제 영화관처럼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

    오큘러스 DK2를 이용한 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VR 시네마’도 체험해봤다. 콘서트 영상과 비슷했다. 차이점은 콘솔을 이용해 영화관을 직접 걸어 다닐 수 있고, 좌석을 선택하면 실제 그 좌석으로 이동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집안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도 영화관과 똑같이 영화관처럼 즐길 수 있는 점이 경쟁력이라 할 만했다. 다만, 파노라마로 볼 때 화질이 다소 떨어졌다. 기존 컴퓨터로 보는 영상을 360도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사진을 계속 줌인해서 보면 픽셀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오큘러스 DK2의 무게는 440g. 단순히 육안으로 봤을 때는 둔하게 보일 만큼 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착용해보니 큰 고글을 착용한 것 같을 뿐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청각 효과를 즐기기 위해 오큘러스와 별도로 헤드셋을 착용해야 했는데 눈과 귀에 큼직한 것들이 가려 있다 보니 장시간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볼 때 답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차세대 플랫폼 ‘가상현실’… 패션, 비행훈련에도 적용될 듯

    전문가들은 가상현실 기기가 게임산업을 비롯해 TV, 패션, 비행산업 등 다방면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과 교수는 “비행 훈련, 의류 체험, 재난 방지 훈련, 수술 실험, 운전면허 실기 연습 등을 가상 현실 기기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대표 의류 매장인 톱샵(Topshop)은 이미 가상 현실 기기를 이용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쇼핑객은 마음에 드는 여러 옷을 일일이 입어보고 거울을 통해 비친 모습을 볼 필요가 없다. 가상 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기기에 탑재된 모니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옷을 비롯해 런웨이 같은 쇼에서 사용된 옷들을 입어본 것처럼 체험해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도 같은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인수 당시 “현재 기본 플랫폼은 모바일이지만 미래의 주요 플랫폼은 가상 현실이 될 것”이라며 “집에서 고글을 착용하면, 전세계 학생들과 함께 수업도 듣고 의사와 대면 진료를 할 수 있으며 관중석에 앉아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의 기본 가치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것”이라며 “가상현실로 플랫폼이 바뀔 경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앞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가상현실의 소셜네트워킹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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