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의 1%도 채 못 건졌다.

'대신증권 1407회'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은 원금의 0.6%만을 돌려받게 됐다. STX조선해양주식이 상장폐지되면서 벌어진 일. 같은 주식을 가지고 발행된 ELS가 대부분 비슷한 손실을 봤다. 원래는 20%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한 상품이었다.

올 들어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상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ELS란 코스피200 같은 지수나 종목 주가가 움직이는 데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만기까지 증권사가 설정한 조건보다 지수나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는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하지만 2011년에 설정된 상품 중 상당수가 큰 손실을 보고 상환되고 있다.

◇종목형 ELS 원금 손실 이어져

지난 18일 만기상환된 '우리투자증권(ELS)4392'는 세전 수익률이 -35.2% 수준이었다. 17일 만기상환이 확정된 '미래에셋증권 제2249회ELS'의 수익률은 -78.2%, '삼성증권 제5004회 주가연계증권'도 -60.1%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이 기초자산으로 삼은 종목은 POSCO·LG전자, 미래에셋증권은 한진해운·삼성전자, 삼성증권은 SK하이닉스·현대중공업이었다.

보통 이 기업들의 주가가 만기까지 50~6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투자자는 시중 은행금리의 7~8배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더 큰 폭으로 떨어진 탓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개별 종목은 주가가 많이 오를 수도 있지만, 회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2011년 유럽 위기 같은 악재가 겹치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LS,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요건 충족 안 되면 원금 손실 가능

ELS는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만기까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익률이 더 낮은 기초자산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계산되기 때문에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미래에셋증권 제2249회ELS'는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3년간 51.9% 올랐지만 한진해운이 78.2% 내리며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증권 제5004회 ELS'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초자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16% 상승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60.3% 하락하며 손실을 봤다. '우리투자증권(ELS)4392'의 기초자산이 모두 떨어져 손실을 본 것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인 LG전자와 POSCO의 주가는 각각 34.8%, 35.2% 하락했다. 이같이 손실을 내는 상품이 증가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종목형 ELS 상품 출시도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에 새로 나온 ELS 상품 가운데 종목형 ELS 비중은 8.2%로 2012년과 비교해 4.7%포인트 감소했다. 종목과 지수를 동시에 기초자산으로 삼는 혼합형 ELS의 비중도 0.7%포인트 감소한 1.7%를 기록했다. 금감원 측은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며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의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년 '녹인 구간' 도달한 상품도 10%… 원금 손실 상품 증가 우려

원금 손실 상환 상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기초자산이 손실 발생 가능 구간에 도달한 적이 있는 원금 비보장형 ELS 잔액은 2조9000억원으로, 원금 비보장형 ELS 상품 전체 금액의 10.7% 수준이다.

다만 일시적으로 기초자산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어도 만기 때 해당 상품이 정한 수준까지 오르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많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또 투자자가 해지 수수료나 위약금을 내지 않고 중도 환매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기초자산의 주가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는 중도 환매를 통해 원금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금 손실의 위험이 부각되며 종목형 ELS의 인기가 식고 있다"며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상대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은 지수형 ELS 상품이나 조기 상환 가능성이 큰 상품을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