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하며 60여명의 사망자와 230여명의 실종자를 낸 ‘세월호’ 사고로 검찰이 청해진해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국내 내항여객운송업체들의 재무상태와 안전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3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7억85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안전관리에도 소홀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의 손익 구조 등 경영 상태는 극과 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조선비즈가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1곳 내항여객운송업체의 2013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재무 구조가 가장 나쁜 업체의 경우 부채비율이 2418%에 이르고, 10%대의 영업손실을 보인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전교육과 관련이 있는 교육훈련비 항목에는 대부분 거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것이 눈에 띄었다.
조사 대상은 해양수산부가 2013년 말 기준으로 집계한 내항여객운송사업체 63곳 중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곳들이다.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영세한 업체들과 제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농협 등 협동조합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1곳은 씨월드고속훼리, 한일고속, 대아고속해운, 두우해운, 청해진해운, 남해고속, 씨스포빌, 동양고속훼리, 고려고속훼리, 조양운수, 우리고속훼리 등(매출액순)이다.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씨월드고속훼리로 지난해 매출액 533억원과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한일고속, 대아고속해운이 각각 492억원과 4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두우해운과 청해진해운이 각각 330억원과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대아고속해운이 가장 많았다. 대아고속해운은 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7.6%에 달했다. 이어 동양고속훼리와 씨월드고속훼리, 씨스포빌, 산일고속 등이 1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도 두우해운, 청해진해운, 남해고속, 조양운수 등 4곳이나 됐으며, 두우해운의 경우 가장 많은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 11곳의 평균 매출액은 245억원, 영업이익은 7억4000만원이었으며, 영업이익률은 0.3% 수준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선박 수는 1~7척으로 평균 3.5척으로 나타났다.
재무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부채/자본)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동양고속훼리의 경우 부채가 거의 없어 부채비율도 6%에 머물렀지만, 두우해운의 경우 자산의 대부분이 부채로 부채비율은 2418%에 달했다. 이어 조양운수와 대아고속해운, 청해진해운, 우리고속훼리, 한일고속 등도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곳의 부채비율 평균은 167%였다.
교육훈련비와 연수비 등 안전교육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가늠해 볼만한 항목의 지출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던 대아고속해운이 11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집행했고, 이어 우리고속훼리가 451만원의 돈을 썼다. 이 밖에 씨월드훼리가 159만원을 쓴 것을 제외하고는 청해진해운과 씨스포빌, 고려고속훼리가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썼다. 나머지 다섯 곳은 교육훈련비 지출액을 따로 계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