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세월호 사고 왜 커졌나, 초동대처·구조작업·소통부재…총체적 부실

  • 세종=이종현 기자
  • 입력 : 2014.04.20 17:10 | 수정 : 2014.04.20 17:11

    시간이 지날수록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심각한 인재였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과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처, 체계적이지 못한 구조작업, 정부 내 소통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를 키웠다.

    ◆ 엉성한 초동대처

    세월호가 제주관제센터에 “배 넘어간다”고 처음 신고한 시각은 16일 오전 8시 55분이었다. 이후 세월호는 오전 9시 37분까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도 계속 교신했다. 관제센터는 승객들에게 조난 사실을 알리고 구명보트 등 구조장비를 해상으로 투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승객들에게 객실에 남아 있으라는 방송을 했고, 탈출에 필요한 시간을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 와중에 선박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은 세월호에서 탈출했다.

    정부의 초동대처도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중대 재난 사고의 총괄조정을 맡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된 시간은 오전 9시 45분이었다. 세월호가 제주관제센터에 신고한 이후 50분이나 걸린 것이다. 해양경찰청의 중앙구조본부가 구성된 시간은 오전 9시 10분, 해양수산부의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구성된 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다. 목포·인천항만청에 지방사고수습본부가 구성된 것은 오전 10시였다. 구조본부가 마련되는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미 세월호는 완전히 넘어져 구조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의 미숙한 초동대처는 컨트롤타워 부재와도 이어진다. 사고 당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방 출장 중이었다. 안행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됐지만, 본부장을 맡아야 할 강 장관이 자리를 비운 상태가 사고 당일 계속 이어졌다. 해상사고 대응 경험이 부족한 안행부 공무원들로 구성된 중대본은 세월호 승선 인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했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해경 등 관계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해경 등 관계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 뒷북 구조작업

    해경의 초기 구조작업도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인데도 불구하고 사고 현장에 잠수부가 투입된 시간은 사고 당일 오전 11시 24분이었다.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30분이 지난 뒤에야 잠수부가 현장에 투입됐다. 처음 투입된 잠수부도 20여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8일부터 투입 잠수부를 500여명으로 대폭 늘렸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사고 해역에 출동한 해경의 구조작업도 세월호에서 이미 탈출한 승선원을 구조하는데 그쳤다. 선체가 많이 기울어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승선원들은 초기 구조작업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해경은 선체 밖으로 탈출한 승선원을 구조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고 밝혔지만, 체계적인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의 뒷북 구조작업은 지난 5일간 내내 이어졌다. 세월호가 수면 아래로 완전히 잠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18일 세월호 부력 유지를 위한 리프트 백(공기주머니) 설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세월호는 19일 수면 아래로 완전히 잠겼다. 리프트 백을 사고 직후부터 설치했다면 세월호 선체가 바다에 잠기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었을 것이다.

    잠수부들의 작업을 돕기 위한 바지선을 현장에 동원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지만, 실제 바지선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19일 오전이었다.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그물 설치도 19일에야 설치가 시작됐다. 사고 발생 이후 이틀 이상을 우왕좌왕하면서 작업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구조지연에 항의하며 청와대로 향하려다 길이 막혔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가족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원만히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정 총리가 차량이 막히자 눈을 감고 있다./조선일보DB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구조지연에 항의하며 청와대로 향하려다 길이 막혔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가족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원만히 진행되지 못한 가운데 정 총리가 차량이 막히자 눈을 감고 있다./조선일보DB

    ◆ 소통 부재

    사상 최악의 해상 재난 앞에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완전히 무기력했다. 정부 부처 간에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란만 키웠고, 부처 간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 내에서 세월호 사고를 총괄할 대책본부는 수차례 구성이 바뀌었다. 제일 먼저 해수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해수부는 사고 당일 오전 11시 첫 공식 기자브리핑도 예고했다. 안행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면서 사고수습 총괄은 안행부로 넘어갔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현장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 일쑤였다. 결국 정홍원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아 범정부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정부 부처의 소통을 조율해야 할 정부 내 총괄본부가 사고 하루 만에 세번이나 바뀐 것이다.

    머리만 이리저리 흔들린 것이 아니라 손발도 꼬였다. 해상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해수부와 해경은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운항관리가 규정대로 이뤄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해수부는 해경의 소관이라며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해운법에 따르면 선박 운항관리규정은 해수부 장관이 심사해야 한다. 해수부의 해사안전국은 해양안전대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부서다.

    해수부는 2017년까지 해양사고 30% 감축을 이번 정부 내에서 달성할 핵심 과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해수부가 해상 안전관리 주무부처지만, 정작 대형 사고가 발생하자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발 빼기 급급했다.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