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평생 유치원'입니다."

첨단 융합기술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미디어랩의 이토 조이치(伊藤穰一·48·사진) 소장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LG CNS 주최로 열린 '엔트루 월드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MIT 미디어랩은 컴퓨터·전자·바이오 기술을 디자인·건축·예술과 융합해 미래 기술을 개발한다. 가상현실, 3차원 홀로그램, 표정 짓는 로봇 등이 미디어랩에서 나온 대표적인 첨단 기술이다.

이토 소장은 "교실에서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자기들끼리 놀면서 배우는 유치원이 훨씬 학습 효율이 좋다"며 "창의성은 이런 환경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진행한 실험을 예로 들었다. 현지의 두 지역에 학습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태블릿PC를 나눠줬다. 한 곳은 학교가 있었고, 다른 곳은 학교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두 곳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비교해 보니 학교가 없는 쪽이 훨씬 수준이 높았다. 그는 "학교 없는 곳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태블릿PC를 갖고 놀면서 내장 카메라 앱을 개조해 쓰는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교실 밖 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IT 미디어랩 역시 서로 다른 분야를 공부한 학생들끼리 협업하며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성과를 낸다.

이토 소장의 경력도 그의 '교실 밖 학습'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는 미국 최고 명문 공대의 연구소장이지만 '가방끈'이 짧다. 그는 학사 학위도 없다. 대학 2곳에서 중퇴한 것이 그가 받은 정규 교육의 전부다. 대신 다양한 사회 활동을 했다. 나이트클럽 DJ로 일하기도 하고, 초기 벤처 기업에 투자도 했으며, 2008년부터는 인터넷에 저작권을 공개·공유하는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의 대표로 활동해왔다.

그는 한국 기업이 앞으로 잘할 분야로는 '사물 인터넷'을 들었다. 사물 인터넷은 여러 물체를 인터넷에 연결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를 주름잡는 만큼, 사물 인터넷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처럼 제조업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외부 인재를 영입해서라도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소프트웨어 분야를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