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과천시 문원동에 있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 비닐하우스와 옥수수·감자 등을 심어놓은 밭이 넓게 펼쳐진 부지 주변에는 '이주(移住) 택지, 대토(代土) 상담 환영'이란 현수막이 걸린 부동산중개소가 띄엄띄엄 있었다. 이 지역 S부동산중개소 김모(53) 사장은 "조만간 토지 보상이 이뤄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에 3~4통씩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며 "이 지역 농지(農地) 가격도 몇 달 새 2~3배 올랐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전국의 토지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잇따르면서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 보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140여개 지역에서 14조원 규모의 토지 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이로 인해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토지 보상금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과천·하남·의왕 등 수도권에 보상금 대거 풀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과천시 갈현·문원동 일대에 들어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조성하기 위해 5월 말 토지 보상 계획을 공고(公告)할 예정이다. LH는 현장 조사와 감정 평가를 거쳐 올 11월쯤 보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보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보금자리주택과 디지털콘텐츠·첨단 제조업체가 들어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부지 조성 공사가 본격화되는 2016년쯤 일반에 아파트와 토지 분양을 할 예정이다.

하남감일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는 올 초부터 1조3700여억원에 달하는 보상금 지급이 지급되기 시작됐다. 백운지식문화밸리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의왕시에서는 상반기 약 5000억원이 풀릴 예정이다.

경남에서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보상 작업이 진행된다. 5월 울산 남구에서는 테크노산업단지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보상금 2400여억원, 8월 부산 강서구에서는 에코델타시티 친수 구역 조성 사업으로 9000억원이 시장에 풀린다. 대구·경북에서는 경산 지식산업지구(2200여억원)와 수성의료지구(4000억원)가 지난 1월 각각 보상에 들어갔다.

강원도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원주~강릉 철도 사업이 진행되면서 거액의 토지 보상(8000억원)을 예고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정보업체 '지존' 신태수 대표는 "민·관 합동으로 추진되는 소규모 사업이 전국 각지에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토지·상가에 투자자 몰려

올해 거액의 토지 보상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개발 사업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토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재투자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보상비 29조원이 풀렸던 2006년 당시 보상액의 40~50%가 인근 토지를 매입하거나 아파트, 상가, 빌딩을 사들이는 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에 세종시를 비롯해 혁신·기업도시 주변 땅값이 급등한 것도 토지 보상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토지 보상금 지급 대상자는 보상비를 받고 1년 안에 다시 토지를 매입해야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시장에 전달되는 효과도 빠른 편이다. 그 여파로 경기 과천·의왕·안양 등지에서는 작년 하반기보다 땅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3.3㎡당 300만~500만원에 농지 매물이 나와 있다. 아파트 값도 대규모 개발로 인한 인구 증가, 편의 시설 확충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채당 2000만원 정도씩 올랐다.

다만 대부분의 보상 작업은 보상 계획 공고가 나오고 나서 최소 1~2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리고 성급히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은 "보상이 이뤄지기까지 사업 시행사의 현장 조사와 감정 평가, 주민들의 이의 신청 등을 거쳐야 한다"며 "이미 땅값에 개발 기대 효과가 반영돼 급등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