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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한국서 규제 탓에 접은 벤처 기술 獨 SAP는 알아봤다

  • 윤형준 기자

  • 입력 : 2014.04.05 03:04 | 수정 : 2014.04.05 03:26

    2년 만에 "왜 수익이 안 나오나" 재인증 안해줘… 해외로 나가
    고객이 B(Business)인지 C(Consumer)인지는 중요치않다···늘 最終소비자를 생각하라
    5 Questions 독일 SW社SAP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
    속도가 우리의 미래다···철저한 현장중심 체계 갖춰 창업초기 민첩성 계속 유지
    獨 SW산업 강점은
    美,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똑같은 서비스하는데 반해
    獨, 장인정신으로 무장 고객별 각각 맞춤형서비스

    SAP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다.
    SAP 창업자 하소 플래트너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다. /블룸버그
    글로벌 500대 기업의 86%가 독일이 본사인 이 회사 제품을 쓴다. 독일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인 'SAP' 이야기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독일에서 셋째로 큰 회사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급성장하는 데 한국 과학자가 개발한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SAP의 주력 상품 '하나(HANA)'의 핵심 기술인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기술은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것이다. 데이터를 최대 1만 배까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SAP는 HANA를 2011년 시장에 내놓아 지난해까지 1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이 왜 독일 기업으로 넘어간 걸까. 그 과정을 통해 한국 벤처 생태계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차 교수는 1990년대 이 기술을 개발할 때 정부 지원을 받았다. 2000년 창업을 했고,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받고 대출받을 때도 우대금리를 적용받았다. 문제는 2년 뒤였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벤처기업으로 재인증해주지 않은 것이다. 차 교수는 위클리비즈와 인터뷰에서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 수준까지 개발하려면 돈과 시간을 엄청나게 부어야 하는데 정부 담당자들이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차 교수는 2002년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똑같은 벤처기업을 세웠다. 그러자 1~2년 뒤부터 SAP와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벤처캐피탈 KPCB 등 굴지의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의가 밀려왔다. SAP가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고, 2005년 최고기술책임자와 두 차례 만난 끝에 회사를 팔기로 결정했다. 차 교수는 이를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것에 비유한다. 가격도 비슷하다고 했다(차 교수는 당시 매각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구글은 2005년 5000만달러에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안드로이드도 구글에 들어가기 전에는 원천기술만 있었고, 그게 그렇게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세계인이 쓰는 핵심 프로그램이 됐으니까요."

    이때부터 SAP는 차 교수의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를 때까지 6년 동안 아낌없는 지원을 퍼부었고 결국 결실을 보았다. 차 교수는 "당시 우리 기술이 그렇게까지 완성도가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덧붙였다.

    위클리비즈는 SAP 창업자인 하소 플래트너(Plattner·70)씨를 독일에서 만나 SAP의 성공 비결과 HANA 플랫폼에 대해 들었다.

    SAP 매출액 추이
    만약 당신이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삼성의 휴대전화 '갤럭시 S4'를 샀다면, 당신이 갤럭시 S4의 고객이라는 사실과 당신이 산 갤럭시 S4의 시리얼 숫자 등 몇 가지 정보가 저장될 것이다. 이때 당신의 정보는 SAP의 고객관리시스템(CRM)을 통해 삼성전자에 저장되며, 이후 기계가 고장 나 애프터서비스를 받는다면 그 시스템의 CRM 정보를 기초로 받게 된다. SAP 창업자인 하소 플래트너씨를 만난 것은, 독일 포츠담 융프란지 호수 옆에 새로 문을 연, 일종의 기업 박물관인 'SAP 이노베이션 센터'에서였다.

    플래트너씨는 상장회사인 SAP의 지분 8.4%를 가져 개인 최대 주주이다. 2003년 CEO직을 내려놓고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1 차상균교수가 개발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가 현재 SAP의 성공을 이끈 '하나(HANA)' 플랫폼의 기반이 됐다. 어떻게 한국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현재 CIO(최고 혁신 책임자)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 비샬 시카(Sikka)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추진했다. 시카는 '미래의 경쟁력은 속도가 될 것'이라면서 인수를 밀어붙였고, 실제로 그런 시대가 됐다. 여기 우리가 개발한 앱이 하나 있다. 수천개의 은행 계좌 정보를 보여주는데, 옛 버전은 나열하는 데만 14초가 걸렸다. 현재는 나열하고 정리하는 데 3초면 된다."

    2 SAP는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신은 SAP를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기업-기업-일반 소비자)'라고 주장한다.

    "더 이상 기업의 대상 고객이 B(기업)인지 C(소비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항상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최종 소비자는 B일 수도 있고, C일 수도 있다. 서로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상 고객을 B와 C로 나눠 자신을 한계에 가두는 일은 기업으로서 가장 피해야 할 일 중 하나다. C가 행복할 때 B도 행복하고, 그것이 결국 우리가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우리가 얼마나 효율적인 도구를 내놓느냐에 따라 최종 소비자의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 과정의 이면에는 최종 소비자가 있다. 지금까지 B2B에 집중했던 기업도 앞으로는 소비자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가져야 한다."

    3 앞으로 SAP가 집중할 분야는 어디인가.

    "나는 언제나 심플하길 원한다. 고객이 새로운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새 차를 샀다고 하자. 차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200페이지에 달하는 제품 매뉴얼을 읽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차가 와서 직접 말해주면 된다. 이것이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다.

    20년쯤 전에 미국에 갔을 때 GE의 전자레인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전자레인지는 '쿡&워치' 시스템이었다. 버튼은 하나뿐이다. 음식을 넣고 문을 닫고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전자레인지가 작동한다. 손을 떼면 멈춘다. 이게 전부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면? 완벽하다. 미국식 디자인의 진수였다. 당시 독일산 전자레인지에는 조리 시간을 분, 초, 심지어 10분의 1초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달려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앞으로는 유저 인터페이스의 시대다."

    4 당신은 SAP의 성공 원인으로 '스타트업 기업의 민첩성'을 꼽았다.

    "회사는 오래될수록 습관이 생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민첩성을 잃는다. 보통 회사가 '상하 수직적 구조(Top-Down)'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지시를 내리면 아래에서 시행하는데, 그 사이 두세 차례 단계를 거치다 보면 내용이 왜곡되거나 불필요한 소통이 생긴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현장 위주'의 시스템을 갖췄다. 실무진에서 올라오는 이야기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책임은 경영진이 지면 된다."

    5 소프트웨어 업체는 대부분 미국이나 인도가 근간이다.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의 힘은 무엇인가.

    "미국은 대량생산과 기계화 시스템, 효율성을 극대화해 제품을 대량으로 빠르게 만들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다. 단점이라면 고객들에게 똑같은 제품, 서비스,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데 있다.

    반면 독일은 '장인정신'에 입각한 나라다. 우리는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익숙하다. 창업 초기 이런 일이 있었다. 1972년 설립 당시 우리 제품을 쓰려고 했던 기업이 영국 페인트 업체인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ICI)'를 비롯해 서너 군데 있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주문을 받은 고객사의 솔루션을 제작하려다 보니, 다른 고객의 제품까지 손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주문한 기업 서너 곳과의 계약을 일단 뒤로 미루고, 선주문받은 기업의 솔루션을 완벽하게 최적화하고자 노력했다. 재밌는 것은 제품을 조금씩 개선해 놓고 보니, 이것이 나중에 주문한 고객사에도 잘 들어맞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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