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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貨 약세로… 자금 이탈, '중국版 키코(KIKO·환헤지 파생상품, 중국선 TRF)'도 우려

  • 이인열 기자

  • 입력 : 2014.04.03 03:07

    [올 위안화 예상밖 3% 절하… 中 경제 새로운 뇌관 되나]

    -中 유입 달러차입금 6200억불
    이 중 80%가 만기 1년 미만… 시티銀 "청산 러시 주의해야"

    -3500억달러 TRF도 위험
    절하땐 '환헤지 손실' 급격증가… 0.1위안당 月5억불 손실 추정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말까지 공상은행 등 중국 5대 은행의 서울 지점에는 75억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의 위안화 예금이 몰렸다. 위안화 강세(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하락)가 이어지면 위안화로 예금했다가 나중에 달러로 환전할 때 환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금융 당국은 급격한 외화 유출 징후로 보고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2월 들어서 사정이 달라졌다.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위안화 예금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동시에 신규 예금액이 급감하고 있다. 이같은 위안화 약세 후폭풍은 우리 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도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 중국 위안화가 갑자기 약세로 돌아서면서 외국 자금 이탈(케리 트레이드), 환헤지 상품의 손실 급증 등으로 인한 중국 금융 위기론까지 낳고 있다. 2005년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의 가치는 35% 정도 올랐는데, 올 들어선 3%가량 떨어졌다.

    최근 위안화 약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세 둔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일방적인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의 핫머니(단기자금) 투기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로 당장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익을 내고, 약세로 돌아서면 손실을 보게 만들어진 '중국판 키코'(TRF·환헤지 파생상품)의 규모만 3500억달러(약 370조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중소 수출 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의 투자금. 위안화 환율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예상 손실액.
    ◇글로벌 금융기관들, 중국의 핫머니 유출 경고

    시티그룹,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잇따라 위안화 약세로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단기 투기 자금) 흐름에 갑작스러운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시티그룹은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이 진원지가 될 2차 긴축 발작'(taper tantrum) 가능성을 경고했다. 작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 언급 이후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이른바 '5대 취약국'(F5)이 급격한 자금 이탈로 타격을 입은 것이 1차 발작이라면, 이번엔 중국 금융시장이 외국인 투자금 이탈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티그룹은 특히 중국 금융시장의 호황에는 위안화 강세를 노리고 들어온 핫머니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근거로 2009년 이후 중국에 유입된 달러 차입금만 6200억달러(약 655조원) 정도이고, 이 중 80%의 만기가 1년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투자은행 노무라의 웬디 리우 중국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추가 경기 부양과 기반 시설 투자 약속에 지나친 기대를 걸면서 위안화 약세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판 키코(환헤지 상품) 사태' 우려도 확산

    위안화 약세로 '중국판 키코'인 TRF(환헤지 통화옵션상품)가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TRF 상품은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익을 보지만 거꾸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손실이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은행들이 2013년 이후 TRF 상품을 최대 3500억달러(약 370조원)어치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을 보는 평균 환율은 6.15~6.35위안(4월 2일 기준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2 위안)대인데, 환율이 0.1위안 오를 때마다(위안화 가치 하락) 중국 기업들이 입는 환손실이 월 5억달러에 이른다는 추정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안유화 박사는 "위안화 강세라는 한 방향으로만 핫머니들이 몰리니까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라는 특단의 처방을 내린 것"이라며 "앞으로 길게는 1년 정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RF(Target Redemption Forwards)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익을 내고, 가치가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국내 중소기업들이 환헤지 차원에서 대거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키코( KIKO)와 유사한 파생상품이라서 ‘중국판 키코’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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