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걸 방우마이 대표, 혈혈단신 中 건너가 4400만명 사용자 모았다

조선비즈
  • 유진우 기자
    입력 2014.03.06 09:00

    작년 11월 11일. 중국 베이징TV(BTV)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집중했다. 중국에서 11월 11일은 '광군제(光棍節)', 일명 '독신자의 날'이다. 이날 중국 전역의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 모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연다.

    올해 BTV가 주목한 사이트는 쇼핑 검색 업체 '방우마이(B5M·www.b5m.com)'였다. BTV의 인기 리포터는 방우마이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직접 시연하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슈시(舒适·편하다)!".

    방우마이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 검색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미국 IT 컨설팅 회사 알렉사(Alexa)가 트래픽 기준으로 집계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사이트(Alexa global traffic ranks)'에서 방우마이는 4일 현재 607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봄 1만등 바깥이었던 등수는 어느덧 580위인 알리바바의 ‘이타오(一淘·www.etao.com)’를 바짝 따라잡았다. 사용자 수는 올해 4400만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인구 수와 비슷한 숫자다.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이 중국인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초등학교·중학교·대학교를 모두 한국서 나온 토종 한국인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중국어라곤 한마디도 할 줄 몰랐습니다. 중국에 친구는 물론 아는 사람도 한 명 없었죠."

    최근 윤여걸(44) 방우마이 대표를 서울에서 만났다. 윤 대표는 지난 2007년 중국에 혼자 건너가 이 회사를 세웠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를 만류했다.
     
    "마흔살 가까이 돼서 중국에 간다고 그랬을 때는 다들 저를 비웃었습니다."

    중국에 가기 전 그는 이미 미국과 한국에서 잇달아 성공을 거둔 벤처창업가였다. 윤 대표는 199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격 비교 사이트 '마이사이먼(My simon·www.mysimon.com)'을 세웠다. 이후 씨넷(CNet)에 마이사이먼을 7억달러에 매각, 큰 차익을 거뒀다. 1999년엔 미국서 온라인 검색 사이트 ‘와이즈넛’를 차렸고, 2000년에는 한국에도 ‘코리아 와이즈넛’이란 검색 솔루션 업체를 세웠다. 2004년에는 다시 가격 검색 업계로 돌아와 미국서 가격 검색 전문 사이트 ‘비컴닷컴(become.com)’을 만들고, 또 매각했다.

    윤여걸 방우마이 CEO가 향후 경영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윤일현 연구원

     방우마이는 그가 창업한 다섯번째 회사다. 윤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보는 연쇄 창업가(창업하고 성공을 거둔 후 다시 창업하는 기업가)의 길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중국으로 선진기술이 몰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공산주의라는 정치 체계와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계가 아주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윤 대표는 '내 쇼핑을 도와주세요'라는 중국어에서 음을 따와 방우마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도메인으로는 B5M.COM을 선점했다. 알파벳 문자 세 글자를 넘어가면 중국인들이 기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방우마이는 그냥 가격 검색 사이트가 아닙니다. 쇼핑 검색 사이트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가격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윤 대표는 가격 비교에 앞서 소비자들이 여러 제품을 두고 선택 자체를 망설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방우마이는 최저가를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떤 제품을 권해줄 것인가'가 윤 대표에게는 더 큰 과제이자 목표였다. 단순히 최저가를 찾아주는 수준을 넘어 쇼핑 검색의 영역에 들어선 것.

    선택은 적중했다. 7년 만에 방우마이는 직원 200명이 넘는 회사로 자랐다. 2012년 하루에 1만명 수준이던 사용자 수도 지난해 하루 100만명 수준으로 100배 늘었다. 중국 정부가 일부 외국 기업에게만 허용한 거주권 등기 발급 권한도 얻었다. 이 권한이 있으면 지방 출신 인재들을 끌어오기가 훨씬 수월하다.

    "7년 전에는 중국 정부가 외국 투자에 혈안이 돼있어서 발급 권한을 쉽게 내주곤 했습니다. 그 덕에 방우마이는 좋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었죠. 지금 진출하는 기업들은 이런 혜택을 누리기 훨씬 어렵습니다. 일찌감치 중국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도 없었겠죠."

    윤 대표는 "2012년 매출은 18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00억원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한국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다음' 수준인 트래픽을 올해 말에는 '네이버' 정도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방우마이는 중국 내 전자상거래 인구 가운데 20%를 사용자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다.

    미국 IT 컨설팅 회사 알렉사(Alexa)가 트래픽 기준으로 집계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사이트(Alexa global traffic ranks)'에서 방우마이가 4일 현재 607위를 기록하고 있다.

     방우마이가 내세우는 가장 큰 차별점은 공정성이다. 6000여개 B2C 쇼핑몰로부터 수집한 가격 정보 데이터가 3억개에 달한다. 윤 대표는 "업계 1위인 이타오는 알리바바 그룹 산하라 같은 그룹 계열사인 타오바오나 티몰을 중심으로 결과를 보여 주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방우마이는 자체적인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공정한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준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미국과 일본 검색업계를 거치면서 기술력을 익힌 검색 전문가다. 특히 쇼핑 검색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그에 따르면 B5M은 축적된 검색 기술을 통해 개발한 검색 엔진 플랫폼으로 정확하고 포괄적인 가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제품 외에도 여행·티켓·금융·게임·해외제품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조만간 방우마이에 한국·일본·미국과 유럽산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오픈마켓을 열 계획입니다. 이름은 ‘방우고우’라고 지었구요.”

    미국과 중국의 벤처캐피탈업계도 방우마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에는 미국 벤처펀드 오크 파트너스가 710만달러를, 2013년 4월에는 중국 CVP가 1600만달러를 방우마이에 투자했다. 총 260억원 규모다. 윤 대표는 “외국 기업에 냉소적인 중국 인터넷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중국 현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건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방우마이 중국어 사이트의 메인화면. 일반 제품 외에도 여행·티켓·금융·게임·해외제품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월부터는 방우마이 내에 한국관을 따로 만들었다. 한국 관련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한국 관광 정보를 공유하려는 방우마이만의 시도다. 윤 대표는 "한국관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중국 내 소비자들이나 한국에 여행 온 중국인 여행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라며 "엔지니어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인원이 한국관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우마이는 향후 한국관을 한류 콘텐츠가 정식으로 유통되는 채널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중국에서 난립하는 불법 한류 콘텐츠들을 막기 위해 저작권사와 정식으로 판권 계약을 맺고 해당 콘텐츠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현재 드라마 ‘신의’의 판권을 가진 업체와 관련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여러 번 창업했는데, 밤낮으로 일해도 피곤하지 않고 회사에 가고 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회사는 잘 됩니다. 지금 방우마이가 꼭 그렇습니다. 일요일에도 회사만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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