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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가족과의 소통이 중요해요" 게임폐인 출신의 NASA연구원 박태우씨

  • 박성우 기자

  • 입력 : 2014.02.25 17:02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보다, 가족간의 소통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게임에 푹 빠져 ‘게임폐인’이 됐다가 재수 끝에 카이스트(KAIST)에 들어간 뒤 다시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에 발탁된 박태우씨(32·사진)의 말이다. 박씨는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처럼 중독자 취급을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가정에서의 교육과 가족 간의 소통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소 나사(NASA) 입사를 꿈꾸던 박태우씨가 2012년 LA의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우주인과 우주선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태우씨 제공
    평소 나사(NASA) 입사를 꿈꾸던 박태우씨가 2012년 LA의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우주인과 우주선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태우씨 제공
    박씨가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만 해도 박씨는 상위권과 멀었다. 성적이 40명 가운데 18등 수준으로 중위권 정도였다. 하루에 3~4시간을 게임에 쏟아부으면서 공부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다만 부모님의 교육에 따라 게임을 하는 시간과 공부를 하는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자연스레 공부의 방해요소가 아닌, 수험생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좋은 놀이가 됐다.
    박태우씨(가운데)가 2012년 영국에서 열린 모비시스 학회에서 '최우수 시연상'을 수상한 뒤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태우씨 제공
    박태우씨(가운데)가 2012년 영국에서 열린 모비시스 학회에서 '최우수 시연상'을 수상한 뒤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태우씨 제공
    박씨는 “경찰공무원이던 아버지의 엄격함 덕분에 게임에 빠지는 것보다 즐기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총싸움 게임을 하면 폭력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부모님을 통해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가치관을 배운다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의 일반고를 졸업하고 재수 끝에 2002년 KAIST전산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의 특성상 게임을 좋아하고 산만한 박씨는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2년이면 졸업하는 석사과정도 2년 반 만에 턱걸이로 졸업했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 과학캠프에서 박태우씨가 개발한 오리배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 /박태우씨 제공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 과학캠프에서 박태우씨가 개발한 오리배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 /박태우씨 제공
    결국 이를 지켜보던 송준화 전산학과 교수는 답답한 마음에 박씨에게 게임을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박씨가 평소 게임제작 동아리 ‘하제(HAJE)’ 회장을 지내면서 모바일 퍼즐 게임을 제작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즐겨야 하는 게임으로 인생의 승부를 내보자는 결심을 했다”며 “박사학위를 따는 동안 즐겁게 공부를 했고 논문을 고민할 때도 어린시절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일반적인 게임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차세대 장르의 게임에 대해 고민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고등학교 시절 즐겨하던 DDR 게임이었다. 게임을 즐기면서 운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면서 운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오리배 게임의 모습
    오리배 게임의 모습
    박씨는 러닝 머신이 사람이 달리는 속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두 명이 달리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는 ‘오리배’ 게임 플랫폼을 개발하고 온라인상에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헬스장 어디서나 같이 게임을 하면서 운동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헬스장 달리기 대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수영 영법을 이용한 격투기 게임, 대열에서 이탈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참새 짹짹’ 앱, 훌라후프·자전거·줄넘기를 이용한 운동게임 플랫 등 많은 차세대 운동 게임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쓴 논문은 국제학회에서 눈길을 끌었고 우수 논문상과 시연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박태우씨는 “제 인생의 ‘흑역사’는 대부분 게임과 함께였고 게임을 끊으려는 것보다는 즐기려고 노력했다”며 “게임보다는 가족의 소통이 중요하고, 게임중독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먼저 부모님이나 가족과의 대화시간을 늘려보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달 21일 대전에서 열린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6월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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