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트렌드] '황혼육아族' 250만, 할빠(아빠 역할하는 할아버지)가 아동용품 큰손됐다

조선일보
  • 이혜운 기자
    입력 2014.02.24 03:05

    손주들 키우는 조부모들, 지갑 두둑해 돈 아끼지 않아
    백화점 육아용품 판매 중 50대 이상 구매 비율이 절반
    인터넷몰서 구매도 급증세… 고가품 위주 구매하는 경향

    베이비페어에 참석한 조부모 관람객수 그래프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임신·출산·육아용품 박람회 '베이비 페어'. 25회째인 이 행사에는 올해 유난히 50대 중·후반부터 60~70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많았다. 이들은 물건들을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기를 안는 데 쓰는 '아기 띠' 등을 직접 착용해 보기도 했다. 손자들을 직접 양육하는 조부모(祖父母)들, 즉 '황혼 육아족(族)'이다.

    ◇60~70代 시니어층, 육아용품 매출의 절반 차지

    박람회를 주관한 업체인 베이비페어에 따르면, 올해 행사를 관람한 10만563명 가운데 50대 이상은 7241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2011년 3.4%였던 50대 이상의 관람객 비중이 3년 만에 2.1배로 늘었다. 50대 이상 관람객 수도 2011년 4313명에서, 2012년 4800명, 지난해는 5339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오준화 베이비 페어 사업본부장은 "이들은 시간적 여유와 안정된 경제력 등으로 고가(高價) 신제품도 적극 사들이는 유통업계의 '큰 손'"이라며 "150여 개 참가 기업 가운데 20% 정도가 조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황혼 육아족' 규모를 25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1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젊은 맞벌이 부부 510만가구 중 250만가구가 육아(育兒)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액티브(active) 시니어'로 불리는 이들은 이미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는 데다, 안정된 경제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손자들에게 좋은 물건과 자신이 쓰기 편한 육아용품에 돈 쓰는 걸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하빠(할아버지+아빠)' 혹은 '할빠'라고 부른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 육아용품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제품을 써보고 있다. 육아용품 박람회를 찾는 50대 이상 관람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 육아용품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제품을 써보고 있다. 육아용품 박람회를 찾는 50대 이상 관람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페어 제공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의 육아용품 구매는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인 40~50%를 차지했다. 비중은 매년 5~10%씩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들의 매출 증가율은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가장 높은 30~40대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옛날 육아 제품들도 되살아나

    '황혼 육아족'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작년 한 해 50~70대의 육아용품 구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특히 유모차, 카시트 같은 고가(高價) 아동용품 구매는 60% 정도 늘었다.

    오픈마켓 11번가도 60대 이상의 육아용품 구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판매량이 2012년에는 전년보다 22%, 지난해에는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이달 16일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8% 늘었다.

    이은영 옥션 유아동팀장은 "오프라인 육아용품 박람회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노년층이 온라인에서 싼값에 사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며 "지난해 스토케, 맥클라렌 등 명품 유모차 열풍을 주도했던 것도 이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황혼 육아족'을 겨냥한 육아서적도 인기다. 온라인서점 인터파크 도서에서 발표한 60대 이상 베스트셀러 도서 순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은 '할머니의 꽤 괜찮은 육아' '하빠의 육아일기' 같은 서적이었다.

    조부모 세대가 쓰던 포대기와 면 기저귀 같은 옛날 육아 제품도 되살아났다. 이근준 아가방앤컴퍼니 팀장은 "몇년 전만 해도 포대기가 아기 띠에 밀려 곧 사라질 처지였으나 조부모들이 이 제품을 계속 찾는 바람에 요즘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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