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중국이 내수 위주로 성장하는 정책을 펼치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올해 내내 신흥국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총재는 가계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김 총재는 1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스포럼' 강연에 참석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최종재보다 2.7배 높다"며 "중국의 내수규모가 1% 커지면 국내 수출은 0.3%~0.4%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정책을 펼치는 것이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김 총재는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수출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김 총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올해 내내 신흥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6월과 달리 올해에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선진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작년에는 양적완화 축소 우려 여파가 국가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났으나 올해에는 동조화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올해 내내 신흥국 금융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경제의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 "부채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고 제2금융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등 부채가 질적으로도 악화되고 있다"며 "누적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가계부채구조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총재는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됐다"며 "고용창출, 임금인상이 정체되면서 내수 성장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밑돌고 있고 투자의 성장기여도도 제한적인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원화의 국제화에 대해서 김 총재는 "외화거래 비용이 절감될 뿐 아니라 외화보유액의 축적 필요성도 줄어든다"며 "원화의 국제화는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