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 16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국내 대학의 기술 이전에 연설하고 있다.

한양대는 2012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 대가로 42억9872만원의 기술료 수입을 얻었다. 같은해 국내 대학이 거둔 기술료 수입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하지만 이는 전년도 서울대가 올린 기술료 수입보다는 적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특허는 3만586건으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20%는 사용되지 않은채 책상속에서 잠자는 장롱 특허다.

해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연구기관과 국내 대학 등 공공 R&D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공공 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성과와 지적재산을 민간기업으로 이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총회에선 ‘어떻게 하면 기초연구 성과를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하느냐’를 두고 과학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애슐리 스티븐 포커스IP그룹 대표는 “제약과 백신 분야에서는 기초연구를 맡은 공공 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커스IP그룹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과 백신을 분석한 결과 153개가 대학과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연구소 등 공공 부문 연구기관에서 발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 부문 연구기관들은 항암제와 감염성 질환 치료제 분야에선 독보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스티븐 박사는 “제약과 백신 개발 분야에선 공공 부문의 스타급 과학자들은 초기 단계에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단계로 나갈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기업의 다양성과 역동적인 스타과학자가 잘 결합되면 성공적인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츠미쿠라 고이치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원(NISTEP) 박사는 “40년간 일본에서 153개 신약이 개발됐는데 대부분 공공 부문에서 수행됐다”며 “기초 연구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NISTEP과 치바대에서 대학 등과 협력을 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23% 가량만이 공공 부문 없이도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일본 기업들은 바이오와 제약 분야에선 큰 기업일수록 기업보다는 개발자(공공부문)의 역할이 크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타과학자와 실력있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기업이 만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오사카대와 추가이의약회사가 공동으로 발굴한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토실리주맙)은 대표적인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린 주커 미국 로스엔잴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금도 NIH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등 공공 부문은 바이오와 백신 등 연구에 가장 많이 공헌하고 있다”며 “이들이 개발한 기초연구 를 사용하는 이용자 가운데 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42%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 제약사들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와 J&J,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머크 등은 지금도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에서 기술이전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네타카 마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원은 일본내 대학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업과 대학·연구소는 조인트벤처, 연구 용역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술 이전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대학과 연구소는 연구비 지원과 논문, 차후 로열티를 챙기고 기업은 특허를 챙기는 방식으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가장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대학에 기술이전을 해줄수 있는 대학의 역할은 어느때보다 강조된다”며 “대학의 기술이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