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傳貰 위험한 수준… 月貰로 바꿔라" 경고

입력 2014.02.11 03:07

-보고서 통해 이례적 첫 언급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 제도 금융회사에 부담될 가능성 있어… 한국 정부 전세 공식 통계도 없어"

-왜 경고했나
전세금 2009년 이후 40% 급등… 아파트 전세가율 65%까지 올라

국제금융기구인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가 금융권의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가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IMF는 지난달 작성한 2013년 한국 경제에 대한 '연례 협의 보고서'의 부속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주택제도인 전세가 금융회사들에 구조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례 협의 보고서는 이달 말 IMF가 우리나라 정부로 보낼 예정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현재 전세금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주택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전세금도 하락해 집주인이 기존의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 결과 집주인에게 전세금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조원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전세금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사금융(私金融)' 성격을 갖고 있고, 현재 한국의 전세금이 집값에 비해 지나치게 올라 금융시스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IMF "한국 전세 위험한 수준" 경고

IMF의 연례 협의 보고서는 1년에 한 번씩 IMF가 회원국의 경제 전반에 대해 평가하는 보고서다. IMF가 한국의 전세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은 전세금이 2009년 이후 40%가량 급등하면서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라가르드IMF 총재. 아파트 매매가격 전세금 비율(전세가율) 얼마나 올랐나. 갈수록 증가하는 주택 월세 거래 비율.
라가르드IMF 총재. /블룸버그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의 비율)은 2008년 42%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경우에도 강남구와 강서구 등지에선 전세금이 집값의 80~90%에 육박하는 집이 등장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아파트도 4만5338가구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전세금을 개인 사금융의 형태로 보지 않고 있고, 전세의 위험한 구조가 금융회사로 위험이 전이(轉移)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또 우리 정부는 전세금 규모를 추산만 할 뿐 정확한 통계도 없다. IMF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한국 정부가 전세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바꿔나가면서 위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세입자 보증부 월세 주택으로 이동

전세금이 위험 수준까지 오르면서 주택임대 시장에선 세입자들이 일부러 월세를 내는 '보증부 월세'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H부동산중개업소의 경우 유리창에 붙여 놓은 20여개의 매물 안내판 중에 전세 물건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보증금 1억원/월세 150만원'과 같이 반(半)전세 즉 '보증부 월세'가 대부분이었다.

이 중개업소 직원은 "예전에는 임대 물건 중 전세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임대 매물 10건 중 9개가 월세"라며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지만, 세입자들도 급등한 전세금을 마련하기도 힘들고 전세금이 높은 집을 꺼려해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주택 전·월세 거래 중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1분기 전·월세 거래량 23만8536건 중 월세 거래량은 11만2370건으로 32%였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계속 늘어나 2012년 4분기엔 34%, 작년 말엔 39.8%로 껑충 뛰었다.

국민은행 박원갑 전문위원은 "월세 주택의 경우 은행 이자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익을 매달 꼬박꼬박 얻을 수 있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시대 대비한 주거·금융 지원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빠르게 증가하는 전세보증금이 금융시장 불안뿐 아니라 내수 경기 침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치솟는 전세금을 안정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 중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전세금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높고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필요한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정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른 전세 주택 시장의 상황을 주택 문제뿐 아니라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며 “또 임대주택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전세에 집중돼 있는 정부의 주거·금융 지원 대책을 월세 시장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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