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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졸 공채 대학총장 추천제 "없던 일로", 왜?

  • 손희동 기자

  • 입력 : 2014.01.28 11:53 | 수정 : 2014.01.28 17:41

    서초동 삼성 본관 전경/조선일보 DB
    서초동 삼성 본관 전경/조선일보 DB

    삼성이 신입사원 선발과정에서 도입키로 했던 대학 총장 추천제를 전면 유보하기로 했다. 대학서열화를 부추기고, 지역차별을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대학 총장추천제, 서류심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선안을 전면 유보하기로 했다”면서 “학벌·지역·성별을 불문하고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열린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채용제도 개선안을 계속 연구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총장 추천제를 비롯, 지난 15일 발표했던 신입사원 채용 개편 방안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단 올해 상반기 대졸자 공개채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면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수 있다.

    ◆ 삼성은 서열화 의도 없었다고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대학 줄세우기’ 우려

    삼성은 지난 15일 대졸 신입사원 채용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한해 20만명씩 SSAT에 매달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심각하다는 우려에서였다.

    새 개편 방안에는 연간 5000여명에 달하는 총학장 추천제가 포함됐다.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 총학장에게 지원자 추천을 받아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삼성이 각 대학에 총장 추천 인원수를 할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추천인원을 정해 삼성에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삼성으로부터 대학별 쿼터를 배정받았다는 내용이다.

    성균관대가 11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양대와 서울대가 110명, 연세대와 고려대, 경북대가 각각 100명을 추천받아 그 다음이었다. 부산대는 90명, 인하대는 70명이었다. 대외비라며 공개를 꺼리던 서강대도 이후 40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 서열화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삼성은 원래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 출신 입사자가 많은데다, 사업 구조상 이공계 출신이 많이 필요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아주대는 삼성 할당 인원이 정원대비로 치면 전체 대학 중 4위라는 보도자료를 뿌렸고, 한성대도 뒤늦게 삼성으로부터 12명을 배정 받았다며 이번 일을 학교 홍보로 활용했다. 삼성으로부터 할당받은 숫자가 마치 사법시험 합격자수나 취업률 순위처럼 학교 서열을 매기는 기준 중 하나가 돼 버린 것이다.

    ◆ 억울하다는 삼성…대학가는 부글부글

    처음 보도가 나왔을 당시만 해도 삼성은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사기업 채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며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분은 커졌다. 우선 대학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생·청년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은 성명서에서 “삼성이 추천권이라는 일방적인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고, 고려대 총학생회도 “대학 서열화, 대학의 취업사관학교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삼성의 총장 추천제를 반대하고 거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의원은 “대학 위에 삼성이 있다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호남권 대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인원을 배정받자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은 “광주에 가전사업부를 두고 지역경제에 공헌도 많이 하는 삼성이 왜 이렇게 (총장추천제를) 불균형하게 시행하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다음달 5일 정기총회에서 총장들의 의견을 모아 삼성측에 시정요구를 전달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대교협은 삼성이 총장 추천제도를 철회하겠다고 밝히자 환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삼성이 대학총장에 ‘일방통보’한 방식도 문제”

    대학측은 이번 삼성의 채용과정이 대학과 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벌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이를 이용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삼성이 각 대학에 뿌린 공문 내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삼성은 대학 총장 추천 채용제를 공고하면서 “피추천인 합격 여부에 따라 향후 추천 요청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총장 추천은 사실 예전에도 있었지만 기존엔 총장 추천 받은 학생의 경우, 회사에 바로 입사한거나 마찬가지였다”며 “단순히 서류심사만 통과시켜주겠다고 하자 대학들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채용은 여성인력 채용을 늘려가겠다는 방침과도 차이가 있다. 총장 추천 인원에 이화여대가 30명, 숙명여대가 20명을 받는 등, 여대는 다른 남녀공학에 비해 훨씬 적은 인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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