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與野,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입장 제각각…사실상 무산될 듯

  • 이민우 기자

  • 입력 : 2014.01.16 15:57

    與 "22일 의총 열어 당론 결정"…사실상 백지화
    민주 "공약 파기" 반발…정의 "바람직한 결정" 옹호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백지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공약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정의당은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옹호하는 등 묘한 전선을 형성했다. 이대로라면 정당공천 폐지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개혁특위 활동 핵심 현안이 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와 관련해 위헌문제와 돈선거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다음주 중에 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을 결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당론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정당공천 폐지 반대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위원들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문제들을 면밀하고 신중하게 살피지 못했다"면서 "여야 모두 국민에게 솔직히 이해를 구하고 실천 가능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당론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당내 반발 문제가 강하게 작용했다. 새누리당 내부 여론조사에서 기초의원을 제외한 그룹에서 반대 여론이 크게 앞섰다. 의원들은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지역조직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기초단체장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지역 행정에서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선공약 파기'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당공천 폐지는 어떤 핑계로도 번복할 수 없는 국민적 결의이며 약속"이라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약속을 깨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약속을 여당이 깨고 있음에도 묵묵부답"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응은 '국민의 요구' '대선 공약'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방선거를 정당 대결보다는 인물론으로 끌고가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의 위력이 거세질 경우 정당 대결 구도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대신 인물론으로 갈 경우 기존 민주당 성향의 인물들이 정치 신인들보다 인지도에서 앞서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소수 정당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명분 하에 기초의회 진입을 중심 전략으로 채택한 정의당은 새누리당을 옹호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공천비리 근절, 중앙당 선거개입, 거대양당의 지역독점 체제와 정당공천제와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대선공약을 번복한, 뒤늦은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한편 경실련, 한국청년유권자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이행촉구 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새누리당)이 마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소지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공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오는 24일 대규모 새누리당 규탄집회를 열겠다고 경고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