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자동차를 타고 자유로를 달리다 킨텍스IC에서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로 나가자, 멀리 유람선처럼 생긴 대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서 셋째로 큰 대형 수족관 '아쿠아플라넷'이다.

건물을 건설 중인 한화건설은 오는 4월 '고양국제꽃박람회'에 맞춰 개장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와 건물 외벽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이상태 현장소장은 "호수공원과 백화점, 메가박스 등 쇼핑·문화·여가 시설이 가깝게 있어서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차로 30여분 북쪽으로 가자,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철길을 따라 넓은 농지가 펼쳐졌다. 이곳 372만㎡에는 자동차테마파크(페라리 월드)와 호텔·상가가 들어서는 '파주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가 1조6000억원 규모로 그동안 파주에서 진행된 개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오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던 고양·파주 등 경기 서북부 일대가 최근 조금씩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대형 개발 사업이 하나둘씩 본궤도에 오르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확정됐거나 곧 확정 단계에 이를 개발 건만 4건으로, 사업비는 2조4000억원이 넘는다. 올 상반기에는 이 지역을 지나가는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길이 35.6㎞)도 착공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대규모 민간 개발사업 줄이어

파주시와 롯데쇼핑은 작년 말 문발출판단지 인근 부지에 복합쇼핑몰 '세븐 페스타'를 개발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축구장 30여개 넓이의 땅(30만㎡)에 4000억원을 들여 쇼핑·문화·교육 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올해 토지 보상이 끝나면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민간 사업자인 게이트웨이인베스트먼트가 2011년부터 파주읍에서 추진하고 있는 '파주 프로젝트'에는 중동계 투자회사 알알리홀딩그룹이 지난해 2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미국계 다국적 개발업체인 UWI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파주시 관계자는 "이르면 오는 10월 토지 보상 작업에 착수해 2018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양시에선 덕양구 강매동에 자동차전시장·테마파크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 '고양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사업 시행사인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작년 10월 산업은행·동부증권·현대모비스 등으로 구성된 민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내년에 토지 보상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무리한 투자 삼가야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토지를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주택·토지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파주시 일대에는 '파주 프로젝트' 개발 부지에 대한 보상 일정이 나오자, 토지 매물을 찾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인근 A부동산중개소 직원은 "파주읍 농지는 매물이 없어 예약을 걸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K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지금은 땅값이 3.3㎡당 20만원 정도이지만, 보상금이 3.3㎡당 65만원까지 오를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양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가 추진되는 고양시 강매동 주변 땅값도 지난 2~3개월 사이에 3.3㎡당 350만원에서 400만원대로 높아졌다. 이 여파로 작년 11월 고양시 땅값은 0.13% 상승했다고 국토교통부는 밝혔다. 아파트 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쿠아플라넷' 인근 '강선14단지 두산' 아파트(109㎡) 시세는 4억2500만원으로 최근 1년간 2500만원가량 올랐다.

하지만 사업이 대부분 민간 자본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인근 주택·토지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개발 사업이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민간 자본으로 초대형 사업을 벌이다 돈을 구하지 못해 사업 자체가 멈춰 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업 초기에 내놓는 '장밋빛 청사진'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