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의 거인들] 이정웅 "애니팡은 게임 싫어하는 사람이 타깃"

입력 2014.01.02 07:38 | 수정 2014.01.02 09:43

2012년 가을부터 선풍적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 ‘애니팡’.
애니팡을 성공사례로 지목하면 ‘언제적 애니팡을 얘기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애니팡은 아직까지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 마켓)의 월간 기준 최고 매출 5~6위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는 2013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17억53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모바일게임 1위업체 위메이드(같은 기간 1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에 버금간다.

일각에선 애니팡이 조작하기 쉽고 만들기 쉬운 게임이란 이유로 선데이토즈의 성공을 ‘우연’으로 치부한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이사

그러나 애니팡 이전에도 비슷한 게임은 많이 있었으나 애니팡만큼 성공한 게임은 그 전에는 물론 이후에도 없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는 애니팡의 성공 비결에 대해 딱 한줄로 요약한다. “우리는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해 성공했다”고.

◆ “카카오톡을 통해 논게이머를 공략했다”

이정웅 대표를 만나기 위해 2013년 12월 26일, 선데이토즈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찾았다. 20평 남짓한 선데이토즈 가운데 사무실에는 텔레비전, 그리고 텔레비전과 연동된 게임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무실 왼편엔 게임 개발자들의 공간이 있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이 한창이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회의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곱슬머리에 다소 두꺼운 안경까지, 전형적인 ‘게임 좋아하는 청년’의 분위기를 풍겼다. 게임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졌고, 목소리는 확성기를 튼 것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400억원대 거부가 된 사람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애니팡, 나아가 자신의 회사가 성공한 비결에 대해 “끊임 없이 틈새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게임 유저라고 하면 PC방에서 2~3시간씩 죽치고 앉아 게임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예 반대로 접근했어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목표로 해보자고. 이 때문에 처음부터 애니팡은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쉽고, 게임 시간도 1분 이하로 짧게 설정했습니다.”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했다’는 이 대표의 주관은 애니팡을 서비스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애니팡이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등장한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직접 게임을 찾아 다운로드하지만, 처음부터 게임을 할 생각이 없었던 유저들에게 접근해야 했기 때문에 카카오톡이란 통로를 사용해야 했다.

2011년 말, 카카오톡과 연동된 애니팡을 내놓을 때만 해도 이 대표 주변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2년이 지난 현재는 카카오톡이 온갖 게임 초청 메시지로 얼룩이 질 정도인데,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에 메시지 보내려고 들어가지 게임하러 들어갈리가 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09년 미니홈피 싸이월드와 연동된 애니팡을 출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을 확신했다.

“싸이월드의 주 이용층은 20대 여성들이었는데, 이들도 전형적인 ‘논 게이머’(non-gamer)였어요. 2~3시간씩 앉아서 게임하는 일은 없지만, 1분씩 짬을 내서 게임하는 건 즐길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전쟁 치르듯 승패를 겨루는 것은 싫어하지만, 아는 사람과 짧게 한 게임 즐기는 것은 좋아할 것이라고 본 거죠. 애니팡을 하려면 ‘하트’를 주고 받아야 하는 것 또한 논 게이머들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 아직도 1~2위 오르락내리락…“애니팡은 시청자 의견 반영하는 장편드라마”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이었다. 게임광인 그는 양친으로부터 “제발 게임 좀 그만 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은연 중에 그는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반발감이 생겼다.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재학 도중 병역특례로 일했던 NHN 한게임에서 게임 개발을 배웠고, 졸업과 동시에 창업했다. 익히 알려진대로 회사 사명 선데이토즈는 창업 아이템을 결정하기 위해 ‘토즈’라는 카페에서 일요일마다 모였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게임 개발자로 일할 당시에도 쉽고 조작이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주로 개발했는데, 캐주얼 게임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천대받는 모습을 보며 캐주얼 게임 전문 회사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로서의 선데이토즈는 아직 갈길이 멀다. 현재까지는 흥행작 하나를 내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데이토즈의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까? 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것 또한 ‘PC기반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투자 자금 마련’이라고 해석한다.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그럴 듯한 컴퓨터 그래픽(CG)에, 웅장한 스케일의 게임을 만들고 싶을 것이란 세간의 인식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대표, 그리고 선데이토즈는 ‘잡은 물고기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펴고 있다. 흥행작을 잇따라 내놓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는 것. 그는 “애니팡은 한번 만들면 수정할 수 없는 영화가 아닌 장편 드라마”라며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만, 한번의 실수로 일을 그르칠까봐 항상 조심하려고 합니다. 2012년 겨울, 애니팡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자 주변에서는 3개월을 가지 못할 것이라며 차기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힘들게 잡은 고객을 왜 놔주나요? 차기작을 준비하는 것보단 애니팡에 올인하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 사용자들이 방문해서 남기는 건의 사항을 되도록이면 반영하고, 더 재밌게 하려고 계속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추석이면 온 가족이 모여 화투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애니팡을 합니다. 애니팡을 더더욱 국민 게임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선데이토즈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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