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은행·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금융 관련 협회장 등 금융인 34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정책 당국자들도 참석했는데 김 총재만 제외된 것이다.

김 총재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엔 "한은도 정부"라며 웬만한 청와대 회의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요즘 한은 총재 얼굴 자주 본다"고 말할 정도였다.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은 "업계 얘기를 듣는 자리라 한은 총재는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한은 안팎에선 박 대통령과 김 총재의 악연(惡緣)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던 2011년 두 차례 국정감사에서 김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과 통화 스와프(맞교환) 등을 놓고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5월 국감에선 "한은의 뒤늦은 금리정책이 가계 부채를 악화시킨다"는 박 대통령의 지적에 김 총재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10여분 동안 설전을 벌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