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실수 건수 3만6000여건, 거래 상대사 46개사, 피해금액 460억원대.
전날(12일) 한맥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옵션 주문 실수 내용이다. 어지간하면 대규모의 옵션 주문 실수는 주문 이전으로 돌려주는 것이 ‘관례’지만, 전날의 거래는 워낙 많은 주문이 나온 데다 거래 상대방이 대부분 외국인이었던지라 한맥투자증권의 ‘읍소’는 소용이 없었다. 한맥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에 증권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 주문을 물어달라고 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회사 측은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계좌 이체를 권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형 증권사인 한맥투자증권이 결제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주문 실수, 왜 발생했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오전 9시 2분쯤 코스피200지수 콜옵션 24개 종목, 풋옵션 18개 종목 등 총 42개 종목 3만6000여건의 거래에서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을 적어내는 주문 실수를 저질렀다. 콜옵션은 215~250까지, 풋옵션은 270~287.5까지 모든 행사가에서 주문 사고가 났다. 주문실수가 발생한 거래는 한맥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거래였다.
한맥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옵션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하다가 전산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주문이 비정상적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주문 실수를 인지하고 그 중 100여건의 주문에 대해 한국거래소에 착오거래 구제신청을 냈다. 그러나 거래 상대방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래 상대방은 46개사에 달하며, 대부분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주문 가격이 현격하게 시장 가격과 차이가 있어 착오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고, 손실 금액이 많아야 하며, 상대방 합의가 필요하다”며 “거래 종목이 다양하고 상대방도 많아 합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13일 금융감독원은 한맥투자증권에 대해 검사를 나가 사고 원인과 투자자 보호, 자금 관리 등을 파악하고 있다.
◆ 매매거래정지…투자자에게 계좌 이체 권유
한맥투자증권이 주문 실수로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460억원이다. 문제는 한맥투자증권이 자기자본이 200억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 소형 증권사라는 점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자본금은 268억원,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14억원, 매도가능금융자산은 71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맥투자증권이 결제대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현재로서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에 대해 이날부터 매매거래와 채무인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지수옵션 거래사고로 결제불이행 위험이 있어 위험이 자본시장 전체와 투자자에게 확산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한맥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고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좌 이체를 권유하고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거래하는 상품의 신규 주문을 지양하고 다른 회사로 계좌대체이관 또는 청산을 고려해달라”고 공지했다. 또 “담보대출, 신용융자 고객은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니 청산 또는 현금 결제 후 타사로 계좌대체이관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