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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비트코인 채굴해보니…컴퓨터 사용료가 더 들어

  • 황정연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개발팀장

  • 입력 : 2013.12.04 11:20

    황정연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개발팀장
    황정연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개발팀장
    요즘 IT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제라면, 단연 ‘비트코인(Bitcoin)’을 꼽을 것이다. 나는 처음 비트코인이 나왔던 2009년에 우연히 이 가상화폐를 접했다. 당시엔 그저 ‘사이버 머니’로만 여겼다. 지금 같이 일이 커질 거라곤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비트코인과 나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몇 년이 지나, 한 달 전에야 비로소 비트코인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그 무렵 1비트코인은 우리 돈 2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때도 ‘이미 오를 만큼 올랐구나’ 싶어 아쉬움만 뒤로 하고 거래할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지금, 1비트코인은 무려(!) 120만원선에 거래된다. 그때라도 비트코인을 과감하게 매입했다면, 지금쯤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거래를 통해 남들로부터 사들일 수도 있지만, 직접 ‘채굴(mining)’ 작업에 참여해 얻을 수도 있다. 이 채굴 작업은 일종의 암호 해독 작업으로 보면 된다. 주어진 문제를 먼저 풀어 제출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그만큼 새로운 비트코인을 받게 된다. 이 작업이 마치 금을 캐는 것과 같다고 해서 ‘채굴’이라 부른다.

    과거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에, 이번에는 나도 직접 비트코인 채굴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암호화 계산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은 계산에 참여하는 컴퓨터의 성능에 따라 자동으로 문제 난이도를 조정해 준다. 그러나 요즘은 채굴에 더 많은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고 있어 시스템의 난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블룸버그
    가상화폐 비트코인. /블룸버그
    현재 비트코인 채굴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만한 뾰족한 방법은 없다. 이 시스템은 ‘해시(hash)’라 부르는 암호화 방법을 쓰는데, 모든 경우의 수를 암호로 바꿔 비교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 우리가 통상 쓰는 일반 컴퓨터의 CPU(프로그램 명령을 해독해서 실행하는 장치)로는 이런 고난도의 계산을 고속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계산만 전문으로 하는 프로세서를 이용해야 한다. 비트코인 채굴에서는 보통 그래픽카드에 달려 있는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를 이용한다. GPU는 일반 CPU와 비교할 때 암호화 방식의 계산에 특히 뛰어나다. 그래서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좋은 그래픽 카드를 구입해서 채굴에 참여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내가 가진 노트북을 먼저 이용해 봤다. 내 노트북은 업무용이다. 인텔의 15 2.7Ghz를 이용한 CPU와 내장형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 이 노트북을 사용해 보니,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약 300Khash/s의 속도가 나왔다. 1초에 30만번 암호화(Hash)작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속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컴퓨터 여러 대의 성능을 함께 이용해보면 어떨까. 원하는 컴퓨터 사양을 필요한 만큼 시간제로 빌릴 수 있는 클라우드 형태의 가상 서버 호스팅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이런 기능은 해외의 경우 미국 아마존이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AWS),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KT 유클라우드가 있다. 나는 KT유클라우드를 이용해 채굴에 나섰다.

    KT유클라우드에서 신청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컴퓨터 사양은 16개의 CPU코어, 32기가바이트의 램이다. 일반 PC에 보통 CPU코어가 2~4개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좋은 성능이다. 이용 요금은 한 시간에 900원이 약간 넘었다. 채굴 프로그램을 이 가상 컴퓨터로 실행해 속도를 측정해봤다. 처리 속도는 12Mhash/s. 1초에 120만번 암호화 작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잠깐 비트코인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 정도 성능으론 비트코인 채굴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됐다.

    채굴프로그램 작동 모습과 CPU 사용률.
    채굴프로그램 작동 모습과 CPU 사용률.
    비트코인 채굴 계산기를 이용해 한 달 동안 12Mhash/s로 채굴했을 때 비트코인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계산해봤다. 하루에 0.00000853비트코인, 일주일이면 0.00005972비트코인, 한 달엔 0.00025934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300원꼴이다. 한 시간에 900원이 넘는 컴퓨터 사용료를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너무 큰 셈이다. 아마 KT유클라우드에서는 GPU와 같은 계산 전용 프로세서를 이용할 수 없고, CPU에만 의존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클라우드 서버의 특성상, 이런 고성능 컴퓨터를 여러 대 생성해 함께 연결하는 방법도 이용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추산해 보면 열 대를 사용하면 120Mhash/s(1초에 1200만번 암호화)의 속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 전용 프로세서 없이 CPU만으로 채굴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해외에선 암호 해독을 위해 아마존웹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서비스는 아마도 원하는 GPU도 함께 신청해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방법보다는 개인이 좋은 외장형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고 채굴할 경우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개인용 컴퓨터(PC)에 좋은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경우 암호화 속도는 100~500Mhash/s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능을 더 높이기 위한 채굴 전용 하드웨어가 제작돼 판매되기도 한다. 해외에서 구할 수 있는 채굴 전용 하드웨어는 USB형태로, 한 개당 5만~7만원선에 구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 만한 USB 하나 당 330Mhash/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런 하드웨어 6~7개를 함께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추산해 보면, USB만 이용해도 PC를 통한 채굴 속도가 2000Mhash, 즉 2Ghash/s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정도 속도면 한 달에 0.04비트코인(약 4만8000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엔 5Ghash/s부터 500Ghash/s의 속도까지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장비도 출시됐다. 이런 성능을 갖춘 장비로는 한 달에 10비트코인(약 1200만원)을 벌 수 있는데, 제품 값이 2200만원에 이른다.

    요즘엔 비트코인 채굴 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PC 성능을 한 곳에 집중시켜 한 대의 슈퍼 컴퓨터를 만드는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방식이 널리 쓰인다. 자신의 컴퓨터가 채굴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비트코인을 배분하는 식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채굴법을 고민하고 있다. 마치 19세기 미국에서 서부의 금광을 찾아 ‘골드 러시’가 일어났던 것처럼, 바야흐로 비트코인은 21세기 IT 시대의 새로운 ‘노다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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