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식쇼핑 10원 전쟁에 죽겠습니다"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3.11.28 01:00

    용산에서 가전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올해 가을 큰 손해를 봤다. 결혼 시즌을 맞아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춰 할인행사를 했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네이버 지식쇼핑에서의 노출 경쟁에 밀리면서 매출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김씨가 냉장고를 100만원에 올려놓으면 네이버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인 샵N 가맹점들은 가격을 99만9990원으로 낮춰 최저가 자리를 빼앗았던 것이다.

    서울 신촌의 대학가에서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온종일 네이버 지식쇼핑을 쳐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샵N에 가맹점들이 반복적으로 가격을 10원씩 내려 최저가 자리를 빼앗는지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박씨가 옥션, G마켓, 11번가에서 파는 제품은 샵N보다 싸지만 정작 네이버 지식쇼핑에서는 후순위를 면치 못했다.

    27일 오픈마켓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가격정보 사이트인 지식쇼핑에서 샵N에 가맹점들이 다른 오픈마켓 가맹점보다 노출되는 빈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지식쇼핑을 통해 샵N 가맹점들에게 지나치게 특혜를 주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샵N 가맹점은 해당 업체의 상호를 노출해주는 반면 다른 오픈마켓 가맹점은 가격 정보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샵N 가맹점과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다른 오픈마켓간에 가격 경쟁일 뿐 샵N 가맹점에 대해 별다른 특혜를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10원 전쟁 한달간 살펴보니…휴대폰·전자제품 샵N 가맹점이 대거 상위 노출

    네이버 지식쇼핑에서는 최근 이른바 ‘10원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최저가로 판매하는 최상위 자리를 두고 10원씩 가격을 내리며 경쟁하는 것을 뜻한다. 가장 저렴하게 가격을 적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최저가 입찰방식과 비슷한 것이다. 네이버 측도 “10원 전쟁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다른 오픈마켓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제품들도 다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비교를 많이 하는 가전제품과 휴대폰 등 일부 제품에서는 어김없이 10원 전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10월 1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지식쇼핑의 가격정보를 살펴본 결과 샵N 가맹점들이 10원씩 내려 최저가 자리를 차지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달 24일 네이버에 ‘냉장고’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지식쇼핑 랭킹상위 제품 5개 가운데 4개가 샵N 가맹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0원에서 몇백원 차이로 샵N이 최저가 노출효과를 본 셈이다.

    샵N 가맹점이 아닌 제품은 LG전자의 냉장고인 디오스 R-S802NHMDW 모델이었다. 11번가가 86만880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저가 자리에 노출됐다. 샵N 가맹점인 A업체가 87만300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3분이 지나자 상황은 역전됐다. A업체가 가격을 86만8790원으로 수정하면서 상위로 올라섰다. 다른 오픈마켓 제품이 최저가로 올라올 경우 이 업체는 반복해서 가격을 10원씩 내리는 식으로 상위 자리를 지켰다.

    휴대폰의 경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샵N의 가맹점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상위에 대거 올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로 상위에 노출된 15곳 가운데 14곳이 샵N 가맹점으로 나타났다. 샵N의 제품 가격이 다른 오픈마켓과 같은 경우 샵N 가맹점이 우선해서 상위에 노출됐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지식쇼핑을 통해 유입되는 매출은 30~40% 수준”이라며 “자사 PB상품을 진열대 앞에 세워 판매량을 늘리는 대형마트들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은 가장 중요한 구매 요소”라며 “지식쇼핑에서 최저가에 등록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 분리한 샵N, 수장에는 결국 네이버 사람…공정위 결정에 ‘촉각’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27일 오후 네이버·다음의 불공정행위 사건에 대해 동의의결제 개시 여부를 결정했다. 동의의결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절차가 중단되고, 자진시정과 피해구제 방안 마련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공정위는 앞서 올해 5월 네이버 샵N을 운영중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NBP간 거래에서 과다한 이익을 몰아주거나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NBP 산하 e커머스본부에 있던 샵N을 독립사업부로 분리했다. 약 200여명의 샵N 임직원들은 분당 네이버 사옥을 떠나 이달 1일부터 강남역 인근의 메리츠 타워로 이사를 왔다. 지식쇼핑과 자사가 운영 중인 오픈마켓을 별도로 운영해 지식쇼핑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

    하지만 네이버의 이런 결정에도 업계에서는 좀처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NBP의 독입사업부로 분리된 샵N을 총괄할 임원에 윤병준 이사를 선임했다. 윤 이사는 NBP에서 쇼핑부문을 담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결정은 사업부로 있던 샵N을 자회사로 만드는 조직개편 수준”이라며 “샵N의 주요 요직을 네이버 사람들이 채우는 상황에서 지식쇼핑과 샵N의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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