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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재킷이 3만원"… 젊은층서 구제의류(주로 미국·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중고 의류) 인기

  • 심현정 기자

  • 입력 : 2013.11.27 03:01

    지갑 얇아지자 구제의류에 관심 - 값싸고 스타일도 살고 인터넷으로 구제의류 사기도
    상인들도 젊은층 - 광장시장에만 150여개 점포
    동묘시장, 포대자루에 쌓고 팔아… 부산 국제시장은 구제의류 메카
    외국인들도 눈에 띄어 - 국내 거주 외국인 강사나 中·日 관광객도 많이 찾아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2층 구제 의류(헌옷) 시장. '구제'란 6·25 전쟁 직후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구호물자로 보내왔던 옷을 말한다. 전후(戰後) 복구가 끝난 이후에는 소수의 사람이 수입되지 않는 해외 브랜드 옷을 구하는 한 방법으로 구제 의류를 찾았다.

    한 점포에서 갈색 털 반코트 가격을 놓고 손님 한두름(25)씨와 주인 사이에 짧은 흥정이 시작됐다. "5000원만 깎아달라"는 손님과 "진짜 토끼털로 만든 거라 더 깎아줄 수 없다"는 주인의 실랑이가 5분 동안 계속됐다. 한씨가 지불한 코트 가격은 2만원. 한씨는 "좀 전에 명동에서 인조 털 코트를 2만9000원에 샀는데, 진짜 토끼털 코트가 2만원이라니 믿을 수 없다"며 "헌옷이라 꺼렸는데 막상 와서 보니 세탁만 하면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는 값싼 옷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광장시장 수입 구제상가를 찾은 고객이 옷을 고르고 있다. 최근 가격이 저렴하고 멋스러운 구제 의류를 찾는 젊은 소비자가 많아졌다
    23일 서울 광장시장 수입 구제상가를 찾은 고객이 옷을 고르고 있다. 최근 가격이 저렴하고 멋스러운 구제 의류를 찾는 젊은 소비자가 많아졌다. /전기병 기자
    '구제 의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구제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장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싼값에 살 수 있는 구제 의류를 찾고 있는 것이다. 패션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구제 의류 구매가 늘고 있다.

    ◇중·고교생 손님 늘어나

    이날 오후 광장시장 내 구제시장은 터질 듯 옷을 가득 담은 비닐봉지를 든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에 있는 구제 의류 점포는 150여개를 헤아린다. 지난 수년간 30~40개가 늘어났다. 구제시장 상인번영회 정광민 회장은 "1~2년 전과 비교해 구제 의류 구매 고객이 10~20% 늘었다"면서 "매장도 추가로 늘어나 원단을 판매하던 인근 상가 자리까지 치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늘어난 고객은 중·고교생이다. 정씨는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젊은이들은 물론 중·고교생이 많이 찾아온다"며 "올여름부터는 중·고교생 손님을 겨냥해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생 손창훈(18)군은 "몇몇 가수·연예인들이 구제 의류를 입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제시장을 찾는 친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상인 정민구(26)씨는 "국내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 일본·중국 등 관광객, 필리핀 출신 등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인 오샤나(25·Oshana)씨는 "진짜 가죽 재킷을 3만원 주고 샀다"면서 "광장시장은 구제 의류 정리가 잘돼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는 만큼 상인 10명 중 5명은 20~30대이다. 상인 김지인(29)씨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주로 구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며 "젊은 층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옷이나 스타일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구제 의류 쇼핑도

    구제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90% 이상이 미국·캐나다·일본 등지에서 수입해 온다. 국내 제품은 5~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 도매상은 "미국·캐나다는 일 년에 3~4번, 일본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녀온다"며 "현지에서 종류·상태별로 선별해서 들여오기도 하고 국내에 들여온 후 골라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들여온 옷이 전국의 구제시장으로 팔려나간다.

    서울에서는 광장시장 이외에도 동묘시장에서 구제 의류를 대량으로 팔고 있다. 광장시장은 일반 의류 매장처럼 옷을 옷걸이로 정리해놓고 팔지만, 동묘시장에서는 아예 포대 자루에 옷을 쌓아놓고 판매한다. 시장 안에는 구제 의류 전문 수선 점포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지방에도 구제 의류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다. 부산 국제시장 내 구제시장은 구제 의류의 메카로 불린다. 구제 의류들이 부산을 통해 수입되기 때문에 다양한 구제 의류를 볼 수 있다. 대구에는 관문시장과 교동시장에 구제 의류를 판매하는 골목 상가가 있고, 대전에는 중앙시장 내에 구제시장이 있다.

    최근에는 구제 의류 전문 온라인 쇼핑몰도 등장했다. 온라인 매장 개업을 준비 중이라는 변채영(18)양은 "구제시장에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품질 좋은 옷을 선별해 온라인에서 판매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제 의류

    6·25전쟁 후 선진국들이 구호물자로 제공했던 중고 옷·신발 등 의류 제품을 일컫던 말. 최근엔 외국에서 수입한 중고 의류나 국산 중고 의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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