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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MBA]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경험의 독, 경험의 덫

  •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 학장

  • 입력 : 2013.11.25 03:05

    당신의 회사를 보라
    임원 회의인가, 원로 회의인가… 외부 인재 수혈, 두려워하는가
    그때도 이랬으니까… 매사에 과거에 사로잡혀있는가
    무서울 정도로 빨리 변하는 세상… 경험, 때론 독이 되고 덫이 된다

    우리는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혀 있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정도는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래된 회사일수록, 경험이 풍부한 회사일수록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노력'은 위기 상황이 아닌 한 대체로 실패로 끝난다.

    세계 기업사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대 초반 제너럴모터스(GM)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새턴(Saturn)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GM은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50억달러(5조3000억원)라는 당시로선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새턴팀은 새 모델을 개발하는 데 완벽한 자유를 허락받았다.

    [실전 MBA]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그러나 1984년 이 팀이 디트로이트를 떠나 테네시로 이사 갈 때, 책상은 두고 갔지만, 과거 경험은 함께 갖고 간 게 패착이 되고 말았다. 옛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새턴의 공장이나 생산 차량은 결코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새턴 팀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GM은 금융 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2009년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경험이라는 이름의 덫에 걸린 것이다.

    ◇변화가 클수록 경험 의존은 위험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는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내린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그가 과거에 경험을 쌓을 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경영자의 폭넓은 경험은 기업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러나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해진다. 이런 사실을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Bergson)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법칙은 그것이 성립되었을 때의 조건이 더는 존재하지 않으면 (오히려) 짐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위험은 변화의 정도가 크고 갑작스러울수록 한층 더 크다. 많은 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비아그라로 큰 수익을 올리던 한국화이자는 한미약품 등이 내놓은 유사 제품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항공사는 '라이언에어' 같은 저가 항공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중매체들은 구글의 도전을 맞아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의 출현은 국내 도서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꿔 놓았다. 노키아·모토롤라·마이크로소프트도 전형적인 이런 사례다.

    많은 회사의 경영자들이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경쟁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으로만 대처하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의 포로'다. 이제까지의 성공이 그들의 눈을 멀게 하고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은 변화의 가장 큰 적(敵)이고, 기업의 세계에서는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리처드 포스터(Foster)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책에서 "오늘날 시장 지배 기업은 내일의 잠재적인 패자(敗者)"라고 말했다.

    ◇열린 문화를 정착시켜라

    그러면 기업은 어떻게 '경험의 덫'을 피하고 경험과 혁신성이 적절히 어우러진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회사에 열린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전략이나 경영 방식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허용되는 분위기, 또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전략·경영 방식이 회사 안에서 논의되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전문가는 특히 경험의 포로가 될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회사나 업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가끔 만나는 게 좋으며, 체계적인 직무 순환(job rotation)과 해외 근무, 부서 간 잦은 접촉도 도움이 된다. 임원진의 나이를 다양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원의 나이가 모두 비슷하고 그들이 모두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면 회사가 과거 경험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임원 회의가 원로 회의가 되면 곤란하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경험의 덫을 피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경영자가 쌓아온 경험은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배적인 판단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영자는 언제나 자신의 경험도 비판적이고 겸허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경영자의 이런 아량과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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