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수도권에서 전세금이 집값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80%를 넘는 아파트가 지난달 23만890가구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작년 말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이었던 아파트 수(2만3450가구)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유리창에 거래 가능한 전세 물건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부동산114는 수도권에서 전세금이 집값의 80%가 넘는 아파트가 10월 말 28만890가구로 작년 말에 비해 10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아파트 수는 서울이 2만1405가구로 작년 말(1975가구)에 비해 11배로 증가했다. 서울 시내 전체 아파트(126만4674가구)의 1.7% 수준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역우정에쉐르'(전용면적 62㎡)는 매매 가격이 2억5000만~2억6000만원인 데 비해 전세금은 2억3000만~2억4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2.2%에 달했다. 경기 지역에서도 전세가율 80% 이상 아파트가 같은 기간 2만1475가구에서 20만5439가구로 급증했다. 경기도 전체 아파트(202만3375가구)의 10.2%에 달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세가율 80% 이상 아파트가 한 채도 없었던 인천도 4046가구로 조사됐다.

전세가율이 80%대를 넘어선 주택이 급증하는 것은 주택 경기 침체로 집값은 하락세를 지속하는 반면, 전세금은 임차 수요 증가로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집주인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100%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가격 비율)은 평균 82.11%였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세입자는 계약 직후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전세금을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