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에 있는 농협 안성농식품 물류센터. 서울 강남역에서 차로 1시간 20분이 걸리는 이곳은 농지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 멀리서 보면 성(城)처럼 보인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것보다 넓고, 5톤 화물차 86대가 동시에 농산물을 내리고 실을 수 있는 시설이 1층에, 농산물을 씻고, 다듬고, 껍질을 벗기는 가공 시설이 2층에 들어서 있다. 3층에는 농산물 품질 검사 시설과 냉동 보관실이 있다.

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안영철 농협중앙회 농산물도매분사장은 "우리는 서울 가락시장이나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초 경기도 안성시에 문을 연 농협 농식품 물류센터에서 농협 직원들이 최신 설비를 이용해 토마토를 낱개 포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문을 연 이 센터는 정부와 농협이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 중심의 농산물 유통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농산물 유통 비용을 줄이려면 경매에 편중된 가격 결정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 경로도 다양하게 만들어 경쟁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오후 6시부터 전국 산지에서 농산물을 받고 수량과 품질을 검사한 뒤, 다음 날 오전 6시 전에 중소형 수퍼마켓, 식당 등으로 배송한다. 농산물 값은 농협이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중소형 수퍼마켓, 식당 등을 중개해 협의해서 결정된다. 도매시장과 달리 경매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비자에게 물건이 가기 때문에 유통 비용이 적다. 농산물이 도매시장이나 대형 유통업체를 거치면 유통비만 11~ 18%가 붙는데, 이곳에선 수수료 4%만 붙는다. '농민-산지 유통인-도매법인-중도매인-하매인-소매상'으로 이어지는 6단계 유통이 '농민-물류센터-소매상-소비자' 4단계로 축소되는 셈이다.

농협은 올해 이 센터에서 1조원의 농산물을 시중에 유통할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2조원까지 처리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2조원이면 우리나라 연간 농산물 유통량의 20%에 해당한다. 이천일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이 정도면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에 충분히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