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우리회사 A급 인재, 그는 왜 짐을 싸는가

조선일보
  • 김용성 IGM 교수
    입력 2013.10.28 03:27

    [너무 부려먹은 건 아닙니까? CEO만 모르는 '번 아웃 신드롬']

    "누가 하겠나, 이번에도 일 잘하는 자네가"
    휴식도 학습도 한계도 없이 쏟아지는 일, 열정을 불태우다… 스스로를 불태울수도
    A급 인재를 C급으로 다루는 건 아닌지

    [실전 MBA] 우리회사 A급 인재, 그는 왜 짐을 싸는가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딜레마:믿었던 인재, 사표를 꺼내다

    "아니, 회사에 직원은 당신밖에 없대요? 왜 집까지 일을 싸가지고 오는 거예요!"

    일 잘하는 A급 인재로 알려진 남편, 김잘난 과장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내도 일감을 싸들고 와서 주말 내내 일하는 남편을 보면 결국 한마디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김 과장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나 사장은 매번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내주는 김 과장이 믿음직스러워 중요한 업무를 몰아준다. 그러면 김 과장도 빨리 성장할 것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줄은 언젠가 끊어지는 법. 칭찬만 받던 김 과장이 어느 날부터인가 의욕을 잃고 성과도 부진해지기 시작한다. 나 사장은 '곧 나아지겠지'하며 기다려봤지만, 김 과장은 급기야 퇴사하겠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해결책:A급 인재를 고민하게 하지 말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일 많이 하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A급 인재로 사는 일은 무척이나 피곤하다. 상사는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우수 인재는 마다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합쳐지니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도 빈자리가 크다. 부인과 자녀의 불만이 늘어나고 결국 체력적, 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힌 직원은 나동그라진다.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한순간에 나가떨어져 버리는 '번 아웃(burn out) 신드롬'에 빠지게 된 것이다.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진 사람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이 있듯이 A급 인재가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지지 않게 미리 신경 써야 한다. 이를 위해 A급 인재를 관리할 때 놓치기 쉬운 사실들을 기반으로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리더는 A급 인재에게 업무를 맡길 때 그가 이미 한계를 넘어서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A급 인재들은 겉으로는 모든 일과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쉽다. 보통 조직의 관리자들은 A급 인재에게 업무를 몰아준다. 시키는 일마다 잘해내니, '이 일도 자네가 맡아보지'라는 식으로 일을 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A급 인재는 대체로 군소리 없이 업무를 잘해내지만, 그들은 이미 현재 하고 있는 업무량을 버거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저 상사의 기대감 때문에 '못하겠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무리해서 업무를 받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넘어서고, 결국 상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역량 부족을 탓하면서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둘째, A급 인재에게는 학습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A급 인재는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업무를 잘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만큼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노력을 더 많이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자신을 향한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 희생을 마다치 않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완수해낸다. 이러면 당연히 더 큰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진다. 따라서 A급 인재에게 새로운 업무를 맡길 때는 충분한 직무 역량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학습 기회는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A급 인재에게 조직에 감사하는 마음, 충성심 등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

    셋째, A급 인재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휴식을 계획하도록 권해야 한다. A급 인재는 매사에 항상 열정적이기 때문에 상사가 보기에 그들이 정말 일을 즐기는 것같이 보인다. 그것이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닌데도 상사는 종종 휴식의 여유를 주지 않고 업무를 부여한다. 인구에 비해 지적 업적이 탁월하기로 유명한 유대인들은 매주 일요일이면 그 주 금요일 저녁에 시작하는 안식일에 어떻게 휴식을 취할지 궁리한다. 한국인 상사라면 직원이 놀 궁리부터 한다고 꾸짖겠지만, 사실 그러한 사고방식은 마감일을 정하고 업무와 인생을 계획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유대인의 지적 전통이다. 휴식 기간에는 온전히 쉬는 법을 배우는 A급 인재는 재충전을 통해 기운을 차릴 것이다.

    A급 인재를 업무에 질려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번 아웃 신드롬. 그저 슬럼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소중한 인재를 회사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기에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 특히 A급 인재의 번 아웃 신드롬은 회사에도 큰 손해가 되는 동시에, 인재 개인에게도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들어 앞길을 막는 재앙과도 같다. 과도한 기대와 한없는 과로로 A급 인재가 타버리는 일을 막는 것, 그것은 온전히 리더의 몫임을 잊지 말자.


    ☞번 아웃(burn out) 신드롬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를 '번 아웃'이라고 한다. 번 아웃 신드롬은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이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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