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양식품의 배신… 고가의 홍삼(紅蔘) 제품 안에 수삼(水蔘)이?

조선일보
  • 진중언 기자
    입력 2013.10.22 03:06 | 수정 2013.10.22 21:55

    [240g짜리 1병 만드는 데 드는 비용 계산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큰 가격 - 제조 원가 5만원대 초반
    나머지는 마케팅·판매처 마진… 인삼公 "원료의 질·기술 달라"

    경작지에서 수확해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인삼을 수삼(水蔘)이라 부른다. 이 수삼을 껍질째 증기로 쪄서 말린 것이 홍삼(紅蔘)이다. 이렇게 만든 홍삼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강·기능 식품으로 통한다. 부모에는 효도 식품으로, 자신에게는 힘들 때 보양(補養) 식품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국내 소비자들은 또 한국산 인삼의 효능에 대해 오랫동안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터라 소비에도 적극적이었다.

    홍삼 관련 제조·유통업체들은 국내 홍삼 시장을 1조2500억원 규모(2012년 매출액 기준)로 추정한다. 2011년 1조3000억원에 달했던 시장 규모가 축소된 것은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에 비교적 고가(高價)인 홍삼 제품 판매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6년근 홍삼정의 가격 구조도
    그런데 국민의 보양 식품, 효도 식품인 홍삼 제품을 놓고 최근 들어 '가격 논란'이 뜨겁다. 이마트가 '반값 홍삼' 출시를 밝히면서 기존 홍삼 업체들이 과도한 마진을 챙겨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24일부터 홍삼을 달여 농축한 '이마트 홍삼정'(240g)을 9만9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본지 21일자 B1면 보도〉. 이마트 홍삼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국내산 6년근 홍삼을 사용하지만, 기존 제품보다 최대 50%나 싸다. '정관장' 브랜드로 시장의 73%를 차지하는 KGC인삼공사 '홍삼정 플러스(240g)'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19만8000원, 2위 업체 농협한삼인 '홍삼정 골드(240g)'는 소비자 판매 가격이 16만8000원이다. 유통업체가 싸고 다양한 인삼 제품을 새로 내놓는 이면에는 특정 업체의 장기 독과점 때문에 고비용 구조가 굳어진 데 따른 반작용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다수가 등급외 수삼으로 만들어

    홍삼 제품의 판매 가격은 원재료인 수삼 구매 가격에, 수삼을 홍삼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가공하는 제조 비용을 더하고, 여기에 마케팅·물류 등 기타 비용에다 제조사 마진과 판매처 마진 등을 합쳐서 나온다〈그래픽 참조〉.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240g짜리 홍삼정 1병을 만드는 데 드는 수삼 가격은 3만원대 초반이고, 제조 비용을 더해도 5만원대 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삼은 크기와 형태, 외부로 드러나는 색깔에 따라 천삼(天蔘)·지삼(地蔘)·양삼(良蔘)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천삼과 지삼은 전체 홍삼 물량의 10% 안팎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양삼이나 등급외 홍삼이다.

    홍삼 제조업체들은 수삼 구매 단계부터 등급을 나눈다. 본지가 A 제조사의 국내산 6년근 수삼 수매가를 확인한 결과, 1㎏당 1등급 9만7000원, 2등급 6만3000원, 3등급 4만4200원, 등급외 수삼은 2만3100원이었다. 다른 업체들의 수삼 수매 가격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다수 업체는 등급외 수삼으로 홍삼정을 만든다. 한 홍삼 제조사 관계자는 "등급외 수삼이라고 인삼 효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홍삼 자체의 크기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홍삼정은 굳이 비싼 수삼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 김영옥 박사는 "제조사들이 필요에 따라 홍삼의 모양이나 상품성을 두고 등급을 나누지만, 기본적 성분이나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최고급 홍삼 농축액은 185만원

    홍삼정 240g을 만드는 데는 보통 수삼 1.2~1.4㎏이 필요하다. 수삼을 최종 홍삼 제품으로 만드는 데 드는 제조 비용은 업체의 생산량과 효율성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100g에 4500~8000원이 든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등급외 6년근 수삼으로 홍삼정 240g을 만드는 제조 원가는 최대 5만1540원 정도. 여기에 각종 비용과 제조사와 판매처 마진이 더해지는 탓에 소비자들은 20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원가의 4배 정도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것으로 바가지 가격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정관장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KGC인삼공사는 홍삼 가격 논란에 대해 "6년근(홍삼)이라고 다 같은 제품이 아니다. 원료의 질이나 제조 기술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가 제품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수삼 평균 수매 가격은 1㎏에 4만2420원이었고, '홍삼정 플러스'에 쓰는 수삼도 3등급을 위주로 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관장 제품이 100% 3등급 수삼을 썼다 하더라도 제조 원가는 8만원 정도이다. 홍삼업계 관계자는 "1위 업체인 KGC인삼공사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제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오히려 더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홍삼 등급에 따라 다양한 홍삼정 제품이 있다. KGC인삼공사는 홈페이지에 천삼으로만 제조한 최상급 농축액 '홍삼정 天(천)'의 소비자가격을 185만원, 지삼으로 만든 '홍삼정 마스터클래스' 소비자가격은 58만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양삼을 70% 썼다는 '정관장 홍삼정 지(G)클래스'는 200g에 29만원(소비자가격)이다. KGC인삼공사는 작년(2012년) 매출 8319억원에 당기순이익 997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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