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집보단 우리의 동네를", 건축가 김승회

조선비즈
  • 허성준 기자
    입력 2013.10.19 09:00

    김승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겸 경영위치 공동대표
    “내가 사는 곳을 집이라고 생각하듯이, 내가 다니는 곳도 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건축가 김승회(50)씨는 서울 광화문 근처 아파트에 산다. 그는 집 근처 레스토랑 ‘베니니’를 자기 집 식탁처럼 자주 이용하고, 주말이면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시네큐브’와 ‘교보문고’를 서재처럼 편안하게 찾는다. 김씨는 또 지인과 인사동의 ‘이모집’에서 자주 어울리는데, 그 집의 툇마루를 자신의 거실처럼 활용한다.

    김승회씨는 “집과 집 밖을 구분하는 인식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집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합니다. 집을 나의 재산,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 애착을 집 밖에 조금씩만 나눠주면 좋은 동네, 좋은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의 건축설계사무소 ‘경영위치(經營位置)’. 동양화에서 ‘구도를 잡는다’는 뜻이 담긴 육법을 사무실 이름으로 내건 김승회는 인터뷰 내내 ‘소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고, ‘잘 될 겁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자신의 건축 세계, 작가로서의 의지보다 우선하는 게 있다고 했다.

    김승회는 현 건축계에서 작업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를 찾고, 현상설계 당선도 많다. 완공된 주택만 20여곳에 이르며, 특히 전국 각지에 20여개의 보건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부여 리조트 백상원을 비롯해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정선군 보건소, 방배동 주택, 이우학교, 영동교회, 임마누엘교회 등으로 각종 건축상을 휩쓸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미시건 대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 건축설계사무소 경영위치는 1995년 설립해 18년째 운영 중이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승회는 단일 건물 하나보단, 좋은 동네 만드는데 더 관심이 많다. 그는 급격하게 진행된 산업화와 자본의 집중으로 우리의 도시가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 ‘개인 욕망의 실현 공간’처럼 변했다고 진단했다.

    “의사가 불치병의 치료법을 알아내지 못한 것처럼 현 사회에 맞는 건축의 전형을 건축가가 만들어 내지 못한 탓입니다. 골목이 사라지고, 소통 없이 개별 건물만 뚝뚝 들어서면서 동네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어색해하는 것처럼 집 밖을 나서도 마찬가지가 된 겁니다.”

    그는 다만 건축의 모범적인 전형은 단순히 건축가가 단일 건물을 설계하는 방식으론 풀어갈 순 없다고 했다. 건축주와 동네를 이루는 수많은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일종의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예로 판교신도시 단독주택 단지 이야기가 나왔다. 김승회는 “단지가 조성되기 전 20여채의 건축주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서로 동네의 콘셉트를 정하고, 집을 짓는 원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봤다”며 “집의 향(向)은 물론 건축 재료까지 서로 논의하면서 자칫 건축 전시장이 될 수 있는 신규 단독주택 단지가 작은 마을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김승회는 동네라는 키워드를 ‘머물러 사는 삶’과 연결했다. 집의 담장, 대문을 넘어 자신의 동네에 애정을 가지면 좋은 동네가 만들어지고, 좋은 동네가 만들어지면 시세 차익을 위해 이리저리 난민처럼 옮겨 다니는 그동안의 거주 방식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머물러 살면 장소에 개개인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이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가 서린 곳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이 있어야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겠나.”

    작은 동네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동네에서 각각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 건축물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주민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건축물이 많을수록 머물러 사는 삶의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

    그는 보여주기식의 전시성 건축물이 양산되는 것을 막고, 그 돈을 잘게 쪼개 되도록 많은 마을에 맞춤형 공공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크고 멋진 건물을 한 곳에 세우면 그곳의 사람들은 좋을지 몰라도 그만큼 다른 지역은 상대적 부족감을 느끼게 되고, 실제로 인프라 부족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집 근처에 아이들이 걸어서 갈 유치원이 부족하고, 어르신이 보건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작지만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다 갖춘 작은 동네가 많아지면 도시 속의 삶의 질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